당근마켓 '주소' 빠지니...이번엔 '이름' 수집하겠다는 공정위

당근마켓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근마켓 등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의 개인정보 수집 방침을 지속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주소' 수집·제공 의무는 빠졌지만, 여전히 '이름'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업계에서는 반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8일 "개인정보위의 의견을 존중해 권고안을 반영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며 '회원의 주소 수집·제공 의무'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서 삭제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개인정보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온라인 플랫폼 운영 사업자가 중개 서비스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지 않은 정보를 수집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기존 공정위 개정안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주소의 경우 개인정보 필요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진짜 본인 주소인지도 확인이 어렵다며 개인정보위 입장을 수용했다. 다만 '성명, 전화번호' 등은 분쟁조정과 소 제기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라며 플랫폼 사업자에 수집 의무를 부과할 것을 예고했다.

개인정보위, 이름, 주소 수집시 당근마켓 '유사 사업모델' 불가능 우려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의견을 존중했다는 공정위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는 개인정보위의 권고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이름' 역시 유출과 오남용 우려가 있는 불필요 정보로 판단했다. 당근마켓 등 C2C 모델을 '비실명 거래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중개 서비스에 필요한 정보만 수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위는 "중개서비스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필수적이지 않은 정보를 수집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개인정보 최소 수집의 원칙'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전화번호와 닉네임만으로도 충분한 서비스가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정위가 개인정보 수집 필요성 이유로 든 분쟁·사기 등에 대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봤다.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약 5900만건의 비실명 거래 중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368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사기민원 약 12만건 대부분이 경찰을 통해 신원정보가 파악됐다는 것이다.

공정위 개정안이 시행되면 당근마켓 등 비실명 기반 플랫폼의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1만원 안팎의 중고거래나 무료 나눔까지 이름을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불만이 꾸준히 나왔다. 개인정보위 역시 "향후 개인정보의 수집을 최소화하는 사업 모델은 법률상 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꼬집었다.

공정위 '분쟁·소송' 위해 이름 필요하다는 입장, 전문가 "민간 자율규제가 우선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이름' 수집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피해 발생 시에도 상대방의 이름을 알지 못해 분쟁 개시를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대포폰 등이 중고거래 사기에 활발히 쓰인다는 점도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입장에서 비용이 들더라도 피해 구제를 위한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 설명과 달리 성명과 주소를 몰라도 민·형사 소송은 가능하다. '성명불상', '주소불명'으로 기재하고 전화번호 등 아는 정보만 제출하면 된다. 형사의 경우 전화번호만으로도 수사기관이 법원 영장이 없이 통신사 가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C2C 거래 플랫폼에서 '회원 이름'을 수집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플랫폼의 데이터 집중 현상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오프라인 거래에서는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는데, 온라인에서만 이름을 수집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판매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라며 "민간이 자율규제를 만들기 전에 정부가 치고 들어오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