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기본대출'… '기본시리즈' 맹공에 이재명 '정면돌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하는 서민 금융정책인 '기본금융' 논의에 가속도가 붙는다. 신용보증기관이 전액 보증하는 '무심사 대출'로 1000만원 한도와 2.8% 수준의 '공정금리'를 적용한 운용 비용 추계안이 공개됐다.

입법도 추진된다. '이재명계'로 꼽히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뒷받침하는 '기본대출법'(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득과 자산, 신용 등에 차별 없이 금융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금융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가 법안에 담겼다.


베일 벗은 '기본대출'…한도 1000만원, 무심사 대출
경기도는 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경기도 기본금융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재명계'를 대표하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 등 현역 의원41명이 공동주최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본대출의 골격과 운용 비용 추계안 등이 공개됐다. 경기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은 이날 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이 기본대출을 주도할 경우 1인당 대출 한도 1000만원으로 '공정금리' 연 2.8%를 반영한 비용 추계안을 설명했다.

공적 보증기관이 차입자의 기본대출을 100% 보증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 저리(0.25%)로 대출하고 금융기관은 저리 자금 조달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분을 공적 보증기관에 출연하는 구조다. 정부도 유사 시 대신 갚아주는 목적의 대위변제 추정액을 공적 보증기관에 담는다.


공정금리 2.8%는 차입과 상환 시점 사이 노동시간으로 측정한 구매력이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금리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공정금리는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합으로 계산하는데 2012~2019년 각각 1.5%와 1.3%로 조사됐다.

경기연구원은 실제 이용이 예상되는 1964만명(전체 신용평가 대상자 중 40.9%) 전원이 모두 기본대출을 이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최대 1조6700억원 수준의 운용이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계했다. 대출 총액 196조4000억원 중 대위변제율 0.85%를 적용한 결과다. 경기연구원 측은 금융전문가들의 자문 등을 구해 대위변제율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1964만명은 지난해말 기준 금융기관에서 실제 대출 받은 인원이다.

경기연구원은 또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청년 기본금융' 정책을 시범사업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층의 자금 애로를 해소하고 학업과 취업에 전념하도록 지원해 실질적 기회의 균등을 실현한다는 설명이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 블룸A에서 누구나 차별없는 보편적 금융이용 보장을 위하여 금융기본권 구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경기도 기본금융 국회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경기도

법안도 나왔다…만 19~34세 청년 우선 지원
입법도 추진된다. '이재명계'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청년층에게 최대 1000만원을 연이자 3% 이하로 대출해 주는 목적의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 소외계층에 신용보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업 1단계로 진행하는 기본대출 대상자는 청년기본법이 규정하는 만 19~34세 이하 청년으로 정했다. 향후 예산 및 집행 상황을 고려해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인 대출 금리는 명시하지 않았으나 만 19~34세 청년 400만명에게 최대 1000만원을 3% 금리로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시행 후 5년까지 400만명 중 대출 시급성에 따라 절반 수준인 2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봤다.

연체율 10%를 적용하면 처음 시행 후 5년간은 연체에 따른 보증 비용이 연평균 8000억원 발생할 것으로 김 의원은 분석했다. 제도 시행 4년 이후부터 보증 비용은 연평균 2500억원으로 낮아져 안정적 지원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정부 예산 지출 등을 고려해 축적한 자산이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고 집행 상황에 따라 대상자를 점차 확대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대출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개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누구나 차별없는 보편적 금융이용 보장을 위하여 금융기본권 구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경기도 기본금융 국회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경기도

이재명, 여야 잠룡들 견제 속 공정시리즈 가속페달
기본대출은 이재명 지사가 지난해 공식 제기한 정책으로 대부업체 대출금 수준인 1000만원 내외를 신용도에 관계 없이 국민 모두에게 주자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이 지사는 금융 분야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기본대출을 '금융 기본권' 정책으로 보고 있다.

이 지사를 향한 여야 잠룡들의 견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기본시리즈' 정책에 속도를 내며 맞불을 놓는 모습이다. 이낙연 전 당대표는 지난달 26일 이 지사를 대표하는 기본소득 정책을 두고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면 허구"라고 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같은달 30일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승민 전 의원은 각각 소득이 부족한 일정 계층을 사실상 선별 지원하는 내용의 '안심소득'과 '공정소득'을 제안하며 이 지사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그럴싸해 보이지만 조세저항으로 실행 불가능한 정책을 내세워 불평등과 양극화는 외면한 채 표만 뺏겠다는 우화 속 여우 같은 심사"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자선사업을 하거나 하늘에서 떨어진 걸 나눈다면 서민에게만 지급하는 것이 공정할지 모르겠지만 고소득자와 저소득자를 나눠 고소득자는 세금만 내고 저소득자는 혜택만 보는 정책이 1인 1표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1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