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들 구글 두려워 말 못해" 인앱결제 강제에 한·미 전문가들 우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구글이 오는 10월 '인앱(In-app)결제' 의무화를 강행하는 것을 두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반경쟁 행위라는 한·미 양국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국내법으로 이를 막는다 하더라도 통상분쟁이 발생하거나 소규모 개발사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예상됐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북네바다국제교류센터(NNIC)와 공동으로 '글로벌 앱공정성(인앱결제 강제)의 방향'을 주제로 온라인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레지나 콥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 예결위원장은 자신이 발의했던 인앱 결제 강제금지 법안 'HB2005'을 소개했다. 해당 법안은 표결에 의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콥 의원은 "현재 플랫폼은 애플과 구글이 완전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이는 일반적인 계약관계에서는 성립하지 않는 일"이라며 "이런 수수료 정책은 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콥 의원은 "법안 상정 이후 반발이 거셌다"며 "애플과 구글은 로비스트를 사용해서 대응했는데 나와 다른 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않을 경우 개발사 이익이 늘고, 소비자 부담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타사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러운 가격 경쟁이 유도되고 이는 소비자 혜택을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노스다코다, 조지아 등도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통상 마찰 가능성은 '낮아'…"애플, 구글 아닌 모든 독점 사업자 대상"앞서 주한 미국 대사관이 해외사업자 차별을 거론하며 통상 우려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대"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콥 의원은 "많은 국가에서 비슷한 성격의 법안이 통과되면 국가들이 힘을 합쳐서 독점적 기업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는 "통상마찰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만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규제가 이뤄져야 하지만 본 법안은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일반 법"이라며 "애플과 구글을 타깃 삼은 것이 아니라 모든 독점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의원은 "문제는 주한 미 대사관에서 국회에 의견을 보내서 '부당한 차별적 규제'라는 의견을 보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미국의 주 단위 이슈로는 정리가 안 될 것 같고 연방 차원의 논의가 활발히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에도 창작자·개발사 "본질 흐리기, 큰 부담 여전", "보복행위 우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 사진=이기범기자 leekb@

인앱 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개발사·창작자 피해는 상당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구글은 30% 수수료를 강제하는 인앱결제 시행에 앞서 7월부터 연 100만 달러(약 11억1천700만원) 매출에 대해서는 15%의 수수료만 받기로 했다.

사도연 웹소설 작가는 "현실적으로 수수료 인하 정책은 본질 흐리기라고 볼 수밖에 업다"며 "30% 수수료 강제는 창작자에게 큰 부담이고, 이런 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어 디지털콘텐츠 산업 전체에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데이팅앱 '틴더'를 서비스 하는 매치그룹의 마크 뷰즈 수석 부사장은 "소규모 개발자들이 이런 수수료 인하가 필요하지만, 구글과 애플의 보복행위를 두려워해 말 꺼내기를 겁낸다"며 "창의적 아이디어 가진 젊은 개발자들은 점점 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인앱결제는 새로운 경쟁자가 이 시장에 진출하기 힘들어 진다는 것"으로 "동태적 경쟁에 대한 경쟁을 저해하고 혁신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이달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인앱결제 강제 반대 법안이 처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일반적으로 7~8월은 법안소위가 잘 열리지 않고 9월 이후에는 국정감사 등 국회 일정이 빡빡하다. 야당이 법안 처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