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가 보유한 현금만 55조...CVC 통한 '벤처투자 붐' 기대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05.11. [email protected]

국내 일반지주회사들이 총 55조원이 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들은 연말부터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을 보유할 수 있어 활발한 벤처투자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2020년 12월 말 기준 지주회사 현황'을 분석·공개했다. 공정위 집계 결과 국내 지주회사는 총 164개로, 154개의 일반지주회사와 10개의 금융지주회사로 구성됐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3월 말 결산이 이뤄지는 일반지주회사 1곳을 제외한 163개를 대상으로 현황을 분석했다.

153개 일반지주회사 중 13개 중간지주회사를 제외한 140개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기일 3개월 이내 도래 단기금융상품 등)은 총 55조349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26개 대기업집단 중 2개의 금융지주회사를 제외한 24개 대기업집단은 총 41조4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이런 유보자금이 CVC를 통한 벤처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말 국회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오는 12월 30일부터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가능해졌다. 종전에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금지했는데, 국회·정부가 대기업의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이런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신용희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CVC 설립 여부는 기업의 선택이기 때문에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공정위에 관련 제도에 대한 문의가 많이 접수된 만큼 관심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이 6개월 남은 만큼 기업의 실제 움직임은 그때 가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26개 대기업집단이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총수일가 지배력을 확대하는 추세는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지주회사가 직접 출자해 자회사를 늘리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손자회사를 증가시키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보유한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 수의 평균은 각각 10.3개, 20.0개, 2.9개다. 전년과 비교해 평균 자회사 수는 감소(10.9→10.3개)하고 증손회사 수는 동일(2.9개)했지만 손자회사 수는 증가(19.8→20개)했다.

신용희 과장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오는 12월 30일부터 신규전환 지주회사, 신규로 편입되는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이 상장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는 40%에서 50%로 상향된다"며 "자회사·손자회사를 낮은 지분율로 확장하는데 따른 소유·지배 괴리 등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