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랫폼 경쟁 시대, 은행의 선택

'플랫폼 경제'의 시대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업들은 얼마나 더 경쟁력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두고 상호경쟁을 해 왔지만 이제 플랫폼 서비스, 플랫폼 테크 회사들과 또다른 경쟁을 한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특성은 '국경 없는 전쟁'이라는 점이다. 플랫폼 테크 자이언트라고 할 수 있는 구글의 경우 캐시(Cache)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씨티은행과 함께 은행 계좌 개설 기능을 준비하기도 했다. 최근엔 11개의 은행과 파트너십을 맺고 구글 페이앱에서 플렉스(Plex)라는 예금 당좌 계좌(checking account) 기능을 제공할 계획을 밝혀 금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렇듯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과의 경쟁을 전면화되는 시점에 국내 은행들은 어떤 준비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국내 은행은 이미 각자의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디지털 서비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전환'에 올인 중이다. 그렇지만 현재진행형인 디지털 전환이 대외적인 디지털 서비스나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갖추는 데 집중되고 있는 점은 되짚어 봐야 한다.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외관만 디지털화하는 것으로는 모자란다. 내부적인 디지털 변화가 필수적이다.

기업의 디지털화는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비즈니스 자체를 디지털, 온라인 서비스화 하는 것이다. 금융권을 예로 들면 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 보험사의 AI(인공지능) 보험 심사 등이다. 두 번째는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 하는 것이다. 내부 의사 결정이나 신규 상품 개발과 상품 추천 시스템을 위한 데이터 분석, 사내 업무 협업 시스템의 도입 등을 의미한다.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화라고 하겠다. 세번째는 IT 시스템을 최신의 기술과 방식으로 변화시켜 비즈니스의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IT 시스템의 현대화다. 은행으로 치면 뱅킹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박기은 국민은행 전무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또 일회성 시도로 그쳐 과거로 회귀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IT 시스템의 경우 국내 금융사들이 모두 오래된 레거시(legacy)라고 할 만한 시스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 변화를 추진한다고 하면서도 변혁이나 혁신적인 기술 도입은 주저한다. 10여년 전에 갖춰진 뱅킹 시스템이기에 사용되는 기술도 많이 뒤처져 있다. 금융권 특유의 폐쇄성과 정체성, 그리고 안정성 확보라는 이유로 발전이 더디다. 국내 금융권은 5년 마다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하는 거대 IT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지만 이는 혁신적인 기술의 변화를 수용했다기 보다 기존 시스템의 인프라를 변경하는 데 그쳤다. 혹은 디지털 채널을 추가하기 위한 기능 변경에 집중됐다. 내부 IT 시스템에도 기술적 변화를 시도해 관련 기술 내재화에 힘써야 한다.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경쟁시대를 맞이해 은행의 선택은 하나일 수 밖에 없다. 디지털 채널이나 모바일 앱을 확보하는 정도의 디지털 변화에 그쳐서는 안되며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 그리고 내부 뱅킹 시스템, IT 시스템의 혁신까지 이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