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 말고 토스?…통신3사 '텃밭' 본인확인시장, 경쟁체제 돌입

서울 강남구 토스 사옥의 모습. 2019.12.16/사진제공=뉴스1

통신3사가 선점한 '본인확인' 시장에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뛰어든다. 토스가 정부로부터 신규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앞으로는 토스 앱은 물론 다양한 신규 사업 확장에 적극 활용하고, 외부 온라인 서비스에도 토스 인증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5일 제36차 전체회의를 열어 비바리퍼블리카를 신규 본인확인 기관으로 지정했다. 방통위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92개 항목을 심사한 결과, 비바리퍼블리카는 부적합 항목이 없었으며 12개 개선 필요사항 조건부로 본인확인 기관에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본인확인 서비스는 온라인 서비스 또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가입자 본인이 맞음을 인증하는 절차다. 지금은 통신3사의 본인확인 서비스 '패스'에 개인정보와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거나, 가입자 휴대폰으로 날아온 인증번호를 입력해 확인하는 방식을 쓴다.

기존에는 통신3사와 신용카드사, 신용평가사 등이 법령에 따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통신3사의 시장점유율이 90% 이상으로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었다. 반면 앞으로는 이용자들이 '패스 대신 토스'를 본인확인에 활용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토스로서는 우선 자체적으로 본인확인 서비스 기능을 갖추면서 그간의 패스 이용에 따른 수수료 지출을 아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통신사 의존이 불가피했던 비대면 서비스의 '관문'을 스스로 확보했다는 의미가 더 크다. 비대면 서비스의 범위가 날로 확장되면서, 기존에 넘보지 못했던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 측면에서 강점을 갖게 돼서다.


하지만 본인확인 서비스 기능을 갖추게 되면 기존 이통사의 인증 절차 없이도 이용자의 가입, 탈퇴 처리가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 가입자를 보다 손쉽게 전자 상거래, 금융 등 신규 서비스로 유치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매년 이통사에게 지불하는 수백억원 규모의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

토스 관계자는 "인증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이용기관의 선택 폭을 넓히고, 토스 앱 경험의 완결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본인확인기관에 도전했다"며 "이번 지정으로 토스인증 서비스는 본인확인서비스, 공공·금융서비스, 마이데이터 등 공동인증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단계로 한 발 다가가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토스의 본인확인 기관 지정은 '재수' 끝의 성과다. 지난 3월 방통위 심사에선 본인확인을 위한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을 발급할 설비를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가 돼 탈락했지만, 이번에는 개선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토스와 함께 도전했다 탈락한 네이버·카카오는 이번에는 신청 계획 자체를 접었는데, 기존 비실명 계정에 가입된 회원들의 경우 계정 소유자와 본인 확인 명의자의 '동일성'을 검증하기 어려워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심사에 첫 도전한 KB국민은행은 2개 항목에서 '부적합' 평가를 받아 본인확인기관 지정이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