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끝 여친 살해한 30대, 법정 선다…"살인죄 아닌 것 유감"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지난 9월 15일 오전 서울 서부지법에 자신의 여자친구를 폭행해 죽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있는 A씨가 들어서고 있다. / 사진 = 뉴스1

'연인 관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자신의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 3부(부장검사 이상현)은 지난달 17일부터 구속 상태였던 이모씨(31)를 상해치사죄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7월 25일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고(故) 황예진씨(26)를 수차례 폭행해 외상성 뇌저부 지주막하출혈(두부가 손상된 경우 관찰되는 뇌출혈)을 입히는 등 상해를 가해 숨지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폭행 직후 3주간 혼수상태로 지내던 황씨는 결국 병원 응급실에서 숨졌다.

이씨는 황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과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119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고 거짓으로 신고하기도 했다.

서부지검은 "사건을 송치받은 후 유족 면담과 법의학 자문 추가 의뢰, CCTV(폐쇄회로TV) 영상 감정 의뢰 등 보완 수사를 통해 피고인의 폭행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범행 직후 황씨의 부모가 '이씨를 엄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게시해 1달 만에 53만여명이 동의했다. 황씨의 사촌으로 알려진 지하철 기관사가 '국민청원에 동의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유족 측은 이날 검찰의 결정 이후 입장문을 통해 "검사님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다"면서도 "가해자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에도 상해의 고의만을 인정해 상해치사죄로 기소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과 같은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엄중한 형사처벌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