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대면 대박'…정의선의 '미다스 손'

(서울=뉴스1)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글로벌 온라인 행사에서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현대차는 더 이상 차만 파는 회사가 아니다. 미래 모빌리티 기업에 투자하고 성과를 거두는 모습도 속속 보여주고 있다. 이를 미래차 산업에서 선두로 나서기 위한 디딤판으로 활용한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

그 중심엔 '미래차를 하려면 제대로 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있다. 3년 전 당시 부회장 시절 2018년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인 'CES 2018'에서 기자들에 둘러 쌓인 정 회장은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해 CES에선 현대차가 수소승용전기차인 '넥쏘'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자율주행·전기차 시장의 '큰 손' 정의선, 완성차업체들 놀라게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 설립 추진정 회장의 투자 방향을 보면 크게 자율주행과 전기차로 구분된다. 현대차 친환경차 투 트랙 전략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고, 전기차·로보틱스·자율주행차를 아우르는 미래차 사업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포석이다.


현대차그룹 창립 이래 서울 강남구 GBC 부지 인수를 제외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셔널' 합작법인 설립은 정 회장의 주요 투자처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곳이다. 모셔널은 2019년 현대차가 세계적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업체인 앱티브와 합작해 만들었는데, 투자 금액만 2조3900억원에 달한다.

자율주행차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만 하거나, 협업을 하는 것이 아닌 회사를 직접 설립하는 정 회장의 대담함은 완성차업계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은 물론, 시장 자체도 형성되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큰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꺼려하는 업체들도 많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투자에 '모셔널' 설립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인텔이나 엔비디아와는 자율주행차 '두뇌' 역할을 하는 AI(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한 협력 개발도 맺었다.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고성능 레이더 개발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라이다(LiDAR)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등도 현대차가 직·간접적 투자를 진행했다.
정의선의 날카로운 '투자 선구안'…스타트업들 연이어 美 나스닥에 '상장'

현대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앱티브의 합작법인 '모셔널'의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 회장의 '투자 선구안'도 빛을 발하고 있다. 정 회장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점차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회사들은 상장에 나서고 있다.


모셔널은 지난 8월 31일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2023년에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차에 적용된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4 수준에 해당한다. 레벨4는 차량의 자동화된 시스템이 상황을 인지 및 판단해 운전하고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이 전략 투자한 미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오로라'는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2023년 첫 자율주행 트럭을 출시하고 2027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4년에는 로보택시도 출시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과 앤서니 탄 그랩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018년 11월6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린 한 포럼 행사장에서 만나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

'동남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은 올해 4분기 미국 나스닥에 상장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약 3300억원을 투자했다.

그랩은 2012년 설립했으며, 동남아시아 8개국 200여개 도시에서 차량 호출(카 헤일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관련 시장의 75% 이상을 점유했다. 이후 그랩은 음식·식료품 배달, 디지털 결제, 기타 금융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2018년 우버 동남아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동남아 차량공유 시장을 장악했다. 올해엔 우버의 자율주행부문도 인수했다.

이밖에도 유럽서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는 '아이오니티', 최근 슈퍼카 브랜드 부가티를 인수하고 고성능 수소전기차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전기 스포츠카 브랜드 '리막오토모빌리'도 정 회장의 '미다스의 손'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