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로 알게 된 '춤의 세계'…"딴따라 백댄서가 멋쟁이 춤꾼 됐죠"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한 댄스학원에서 독일에서 온 K-pop팬들이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다녔던 댄스학원에서 춤을 배우고 있다.2019.4.28 /사진=뉴스1

가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K-POP 시장에 '스우파'가 돌을 던졌다. Mnet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릿 댄서를 찾겠다며 만든 예능 프로그램인 '스우파'는 가수 경연 대신 댄스 배틀이라는 독특한 포맷을 차용했다. 출연자 누구도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지 않지만 시청자들은 춤 자체에 흥분한다.

'춤꾼' 들은 댄서가 무대 뒤에서 앞으로 나오는 계기가 됐다며 밝게 웃었다. 스우파가 달라진 댄서의 위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스우파를 보며 대중의 관심이 커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딴따라 넘어 예술로…'그걸로 어떻게 돈 버냐'던 춤, 이제는 멋져졌다

훅(사진 맨 위부터 좌, 우 아래순). 라치카, 홀리뱅, 코카N버터, 프라우드먼, 웨이비, 원트, YGX/사진=엠넷

스우파 출연자들이 추는 스트릿 댄스(street dance)란 일반적으로 전통 무용이나 발레, 현대무용 등의 이른바 순수무용으로부터 유래하지 않은 다양한 대중문화 기반의 춤을 일컫는다. 스트릿댄스에서 중시되는 것은 즉흥적인 프리스타일을 통하여 그 음악적인 요소를 몸으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과거 이들처럼 춤을 추러 다닌다고 말하면 주위에서 '딴따라'라고 불렀다. 딴따라는 '댄서가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선입견에서 나온 멸칭이다. 그러나 이제는 '예술'이 됐다. 최예영 와와 댄스 아카데미 부원장(37)은 "옛날에는 '춤 춰서 뭐할 건데'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며 "요즘 세대는 그런 사람들이 사라지고 대신 춤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춤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불과 10~20년 전 풍기문란을 이유로 무도장을 단속하던 때와는 크게 다른 풍경이다. 최 부원장은 "스우파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엉덩이가 들썩거려' 댄스학원을 찾는 분들이 늘었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댄스학원 매니저는 "아직 '열풍' 까지는 아니더라도 신규 회원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회원이 늘면서 춤을 배우는 환경도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최 부원장은 "옛날에는 직접 유명한 댄스팀을 찾아가서 몰래몰래 춤을 배워야 했다"며 "학원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댄스학원이 거의 없어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배우러 오시는 분들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댄스에 관심없는 사람들까지 학원을 운영한다.


코로나19(COVID-19)로 휴원을 반복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댄스학원을 찾는 사람들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 신촌 인근의 한 댄스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전보다는 등록하려는 분들이 줄었지만 항상 100명~200명 정도의 회원이 학원을 찾는다"며 "학원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더라도 항상 댄스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분들이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학원을 찾는 아마추어 댄서들의 성비·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여성 댄서가 주류였던 아마추어 댄스업계도 장년 남성까지 서슴없이 '힙합' 스타일로 입고 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댄스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직장인 김승주씨(34)는 "30대 남자라고 해 춤을 못 출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춤은 20대 '인싸'들만 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13년간 댄스학원을 운영해 온 이남근 와와댄스 아카데미 원장은 "우리나라가 '춤의 불모지'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댄스 중심국'이 되는 과정을 경험했다"며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댄서의 달라진 위상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춤 전공하면, 댄스 강사부터 안무가·인플루언서까지…"틱톡·유튜브는 댄서들 놀이터"

2018 세계거리춤축제’가 화려한 막을 올린 8일 서울 동대문구 장한로에 마련된 소무대에서 청소년 스트릿 댄스 배틀이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국내에서 춤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숫자는 알려져 있지 않다. 춤을 추는 사람의 수도 많을 뿐더러 최근에는 진로가 강사, 댄서, 안무가, 게임 캐릭터 모션캡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돼서다. '필드'(현장)에서 활약하는 댄서도 크게 늘었다. 틱톡·유튜브 등 SNS가 발달하면서 춤 실력을 뽐낼 무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촌의 한 댄스학원 관계자는 "춤을 전공하면 댄스 강사나 백업 댄서, 안무가 등이 많지만 틱톡 등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춤에 관련된 광고나 방송, 공연 등을 열심히 하다 이름이 알려지면 회사·단체가 주관하는 워크샵에 강사로 초빙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취미로 춤판에 발을 들였다 업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최 부원장은 "내 경우 처음부터 '춤꾼이 되어야겠다'하고 무대에 서기보다는 취미로 시작했다가 재미가 붙어 진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입시의 수단으로 삼는 수험생도 생겼다. 최 부원장은 "젊은 세대가 즐겨하는 SNS에 춤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데다 대학 실용무용과가 생기면서 같은 세대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춤 전공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 부원장은 "예전에는 하루종일 대기해서 무대를 한 번 뛰면 3~5만원을 받았다"며 "아직까지 급여에는 큰 변화가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당연히 댄서라면 무대에 서고 싶어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결국 강사를 하게 된다"며 "돈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환경이 열악해져 무대가 줄자 댄서들의 기회가 줄어든 것도 걱정거리다. 이 원장은 "주로 학교 공연이나 야외 콘서트를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아예 못했다"며 "영상 촬영 등 다른 일자리를 고민하는 댄서들이 많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