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접종자는 버스 타지 마"…맞을 만큼 백신 맞은 유럽의 요즘

　
전례없는 코로나19 재확산세에 직면한 서유럽 국가들이 강도 높은 봉쇄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적 봉쇄'에 돌입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전처럼 전면 봉쇄하는 극약처방을 내린 나라도 있다. 개인의 자율에 맡겼던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에서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봉쇄 조처가 시행된 가운데 경찰이 운전자의 백신 접종 증명서를 확인하고 있다./사진=AFP

미접종자 이동 막는 독일·오스트리아독일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사상 최고 수준의 확산세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버트코흐연구소(RKI)에 따르면 현지시간 16일 기준 지난 일주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12명으로 집계됐다. 백신 보급 전인 1년 전에는 이 수치가 139명이었다. 백신 완전 접종률이 67%임에도 불구하고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독일의 확진자가 급증한 원인으로는 전염성 강한 델타 변이의 확산, 모임 증가, 사무실 복귀, 느린 부스터샷(추가 접종) 속도 등이 꼽힌다. 포르투갈(86.6%), 스페인(80.6%), 이탈리아(74.8%) 등에 비해 낮은 접종률도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협상 중인 신호등 연합(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당은 독일 전역에서 버스 등 대중교통 탑승 시 백신 접종 증명서나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시하도록 하는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 디르크 비제 사민당 원내 부대표는 "사실상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봉쇄 조처"라고 설명했다.

지방정부도 백신 미접종자를 겨냥한 '2G'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2G'는 독일어로 '예방접종'(Geimpft)과 '회복'(Genesen)을 뜻하는 단어 앞글자를 딴 것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나 완치자·음성 확인자를 제외한 이들의 실내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조처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미접종자의 축구 경기 관람과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 참여 등이 제한된다. 수도 베를린도 이와 유사한 조처를 도입할 방침이다. 함부르크주와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백신 미접종자의 식당 및 술집 출입을 금지한다.


독일에 앞서 오스트리아도 미접종자에 대한 이동 제한 조처를 내렸다. 오스트리아도 백신 접종률(64.8%) 역시 주변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12세 이상의 사람들은 지난 15일 자정부터 열흘간 외출이 금지되며,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450유로(약 194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다만 백신을 접종하러 가거나 출근, 식료품 구매, 산책 등을 위한 기본적인 외출은 가능하다.

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학생들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사진=AFP

접종률 높아도 거센 확산세…재봉쇄·마스크 의무화로 대응아일랜드는 80%에 달하는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아일랜드(인구 498만)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407명으로, 지난겨울 대유행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신규 확진자 규모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봉쇄 정책을 재도입하기로 했다. 18일부터 술집, 식당, 나이트클럽은 자정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지난달 말 야간 영업 제한을 해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규제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유흥시설 이용객에게만 요구했던 백신 접종 증명서도 영화관, 공연장으로 확대 적용한다. 기업에는 재택근무를 당부한 상태다. 마이클 마틴 총리는 "아일랜드가 또 다른 코로나 감염의 급증을 경험하고 있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면서 대면 미팅을 자제하고 재택근무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네덜란드는 지난 13일 유럽에서 가장 먼저 전면적인 재봉쇄에 돌입했다. 9월25일 백신패스 도입과 함께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해제하며 일상회복을 선언했지만, 하루 확진자가 1만6000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에 달하자 결국 봉쇄에 나선 것이다. 식당, 술집, 슈퍼마켓 등 필수적인 상점의 영업시간은 오후 8시로 제한되고, 이외 비필수적 상점은 오후 6시에 영업이 종료된다. 스포츠 경기도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네덜란드 정부는 또 지난 2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벨기에도 지난달 말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이자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상점, 쇼핑센터, 의료기관, 콘서트장 등 실내 공공장소에서는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 프랑스는 전국 초등학교에서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럽의 재확산세를 막기 위해선 3가지 전략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내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률 끌어올리기 등이다. 이탈리아 파도바대의 안토넬라 비올라 면역학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세 가지 조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현재 여러 유럽 국가가 겪고 있는 상황을 전 세계가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