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치료제 출사표 일동제약, '머크·화이자' 뚫을 카드 있나?

일동제약 (14,780원 ▼50 -0.34%)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손잡고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동제약과 40년간 협력 관계인 시오노기제약이 일동제약의 연구개발(R&D) 역량과 투자 의지를 높이 평가해 손을 내밀었다.

머크와 화이자 등 높은 치료효과가 공개된 경구용 치료제의 글로벌 출시가 눈앞이라는 점이 변수다. 다만, 국내에서 개발돼 공급되는 만큼 감염병 대응에 효능 만큼 필수적인 '공급 안전성'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머크와 화이자 치료제보다 복약 편의성이 우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개발 전략상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일동제약과 시오노기제약의 치료제는 우선 임상 2·3상을 통해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임상 2·3상을 승인받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S-217622'이 추후 의료현장 적용 허가까지 받게되면 시오노기로제약으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 생산까지 맡는 방안을 시오노기제약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동제약과 시오노기제약은 S-217622을 한국에서 내년 상반기 긴급사용승인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일정대로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돼 승인을 받게 되면 해당 치료제가 내년 중 국내 생산을 통해 공급될 수 있다. 시오노기제약은 일본 및 싱가포르 등에서 임상을 진행한다.


S-217622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감염원인 'SARS-CoV-2' 바이러스 치료를 위해서 개발된 물질이다. SARS-CoV-2에만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3CL-프로테아제)를 억제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준다. 비임상 단계에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 코로나19 변이에 모두 유사한 수준의 바이러스 증식 억제 능력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는것이 일동제약측 설명이다.

S-217622를 자체 개발중이던 시오노기제약이 일동제약의 R&D 역량을 높게 사 공동개발을 제안했다는 것이 업계 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이미 40년간 협력관계로 항생제와 특발성폐섬유화증 치료제 등의 국내 허가와 생산에 협력한 터라 시오노기측은 누구보다 일동제약의 개발역량을 잘 파악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신약개발 역량 강화에 주목했고 결국 양사 공동개발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동제약의 올해 1~3분기 누적 R&D 투자규모는 796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투자규모(786억원)를 넘어섰다. 이를 바탕으로 2형 당뇨병 치료신약을 비롯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등 10여개 혁신 신약 개발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양사 공동개발이 당장 넘어야 할 벽은 글로벌 출시를 앞둔 머크와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다. 둘 모두 임상 과정에서 높은 치료효과가 공개됐다. 머크는 자사 치료제가 확진자 입원과 사망률을 50% 떨어뜨렸다고 발표했다. 화이자 치료제는 입원과 사망 위험을 최대 89% 줄여준다고 보고됐다. 의료계에서는 획기적 효능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동제약보다 앞서 국내 경구용치료제를 개발중이던 일부 제약사들의 시장 안착 전망이 더 불투명해졌다는 전망도 나왔다.

일동제약의 치료제도 개발에 성공할 경우, 머크와 화이자를 넘어 시장에 안착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한 것. 다만, 개발 후 기술이전을 통해 일동제약이 직접 생산, 유통할 길이 열렸다는 점은 국내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복약 편의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S-217622는 1일 1회 1정을 5일간 복용하는 치료제로 개발 중인데 머크와 화이자의 치료제는 같은 기간인 5일간 총 30~40정을 복용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치료제 개발 속도전에서 막대한 자국 자금지원을 받은 머크와 화이자에 비해 국내 업계가 뒤쳐진 것은 사실"이라며 "일단 현재 진행중인 임상에서 머크와 화이자에 뒤쳐지지 않는 효능을 입증한 뒤 상대적 강점을 내세워 시장 안착을 모색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