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수소 핵심' 탄소포집 기술, 한국이 1위 노린다"

하성용 에어레인 대표이사/사진제공=에어레인

"에어레인의 기체분리막 CCU(탄소포집·활용)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1~2등을 다투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시간당 10만m³의 배기가스를 처리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명실상부 미국 MTR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지난 13일 충북 청주 본사에서 만난 하성용 에어레인 대표는 자사의 기체분리막 탄소포집 기술력이 세계에서 독보적이라고 자부했다. 에어레인은 2001년부터 중공사(속이 비어있는 합성섬유)를 활용한 기체분리 시스템 개발에 매진해온 국내 벤처기업이다. 롯데케미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의 1호 투자 기업이기도 하다.


에어레인은 2015년 이후 탄소 배출 문제가 전 세계적인 핵심 과제로 대두되자 기체분리막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선제적으로 연구했다. 기체분리막 CCU는 기체의 막 투과 속도 차이를 활용한 포집 방식이다.

기체분리막 공정엔 0.3mm 굵기의 가느다란 중공사 다발이 묶여 있는 모듈이 사용된다. 중공사 가닥의 단면을 확대하면 가운데 구멍이 뚫린 호스 모양이다. 하 대표는 "중공사 내부로 여러 종류가 혼합된 기체를 밀어 넣으면 투과 속도가 빠른 기체는 통과하고, 느린 기체는 통과하지 못한 채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분리된다"고 설명했다.

에어레인 기체분리막 단면. 확대하면 중공사 구멍을 볼 수 있다./사진=최민경 기자

기체분리막 CCU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 중 가장 공정이 간단하고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다른 탄소포집 기술보다 환경오염의 소지도 적다. CCU 방식엔 기체분리막 외에도 액상 흡수제에 기체를 선택적으로 접촉시켜 분리하는 습식, 고상 흡수제를 통해 분리하는 건식 등이 있다.

하 대표는 "기체분리막 CCU는 진동에 취약한 다른 탄소포집 기술과 달리 항공기와 철도, 선박, 자동차 등에도 문제 없이 적용할 수 있다"며 "과거엔 건식이나 습식 CCU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견적을 냈을 땐 그보다 10% 정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에어레인은 탄소포집 기술력뿐만 아니라 실증 경험도 갖췄다. 에어레인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투자한 곳은 롯데케미칼 (101,600원 ▲1,500 +1.50%)이다. 롯데케미칼과 에어레인은 지난해 3월 여수1공장에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기체분리막 CCU 파일럿 설비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에도 에어레인에 50억원을 투자하고 CCU부터 블루수소 생산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하 대표는 "민간 기업들은 탄소포집보다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늘리는 쪽에 관심이 많아서 탄소포집 시장이 언제 열릴지 확신이 없었는데 롯데케미칼을 통해 탄소포집 공정이 적용될 수 있는 현장과 공정 적용 노하우를 얻었다"며 "중소기업이 공정 실적을 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CCU 실적 덕분에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에어레인의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레인 기체분리막 측면/사진=최민경 기자

롯데케미칼과 에어레인은 9개월간의 실증 과정을 통해 지난해 말 탄소포집용 기체분리막의 성능 검증을 완료했다. 운영 과정에서 수집·분석한 데이터 및 운전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설비 상업화를 위한 설계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CCU 설비 라이선스 사업화도 추진한다. 하 대표는 "실증 과정에선 탄소포집에 쓰이는 에너지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공정 압력 등을 최적화하고 에너지를 저감해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CCU 파일럿 설비는 연간 65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이 가능했다면, 에어레인이 올해부터 착공하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CCU 설비는 연간 20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이 목표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하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약 600억원을 투자해 탄소포집 및 액화설비를 건설한다. 상용화되면 현재 탄소배출권 가격 기준으로 약 60억원의 배출권 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 배출권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감축 비용도 높아질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이차전지 전해액 유기용매 소재인 고순도 EC(에틸렌 카보네이트), DMC(디메틸 카보네이트)등의 원료로 투입하기로 했다. 또 2025년까지 블루수소를 연간 16만 톤 규모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 역시 에어레인과 협력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대산, 여수, 울산공장 등 화학 공정에서 연 6만8000톤 가량의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하 대표는 "앞으로 부생수소만으론 수소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수소를 생산해야 한다"며 "천연가스 개질 시 가장 효율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CCU 실증설비/사진제공=롯데케미칼

에어레인은 암모니아 열분해 과정에서 순도 99.999%의 수소를 얻는 '수소 고질화 분리막' 기술도 개발 중이다. 하 대표는 "현재는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리하면 순도가 99.5~99.9% 정도"라며 "3년 내로 내열성이 있는 '멤브레인 리액터'를 개발해 수소연료전지나 산업에서 사용하는 순도까지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외에도 에어레인은 탄소중립 관련 △바이오가스 고질화 사업 △연료전지 사업 △액화이산화탄소 사업 등을 모색하고 있다. 바이오가스를 개질해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수소충전소나 연료전지 발전에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하 대표는 국내 CCU 사업이 자리 잡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소를 포집하더라도 탄소 활용부문이 UN에 등록된 내용이 아니면 탄소 감축 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예를 들어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으로 만드는 것은 UN에 등록되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치명적"이라며 "정부에서 탄소활용 방법론을 개발하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