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가 점찍은 LG 車 전장...2년 만에 수주 20조

사업 진출 9년째를 맞은 LG전자 (90,600원 ▼1,600 -1.74%)의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사업이 최근 신규 수주 규모가 크게 늘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가 급격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흑자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2년간의 신규 수주 규모가 초기 5년간 매출보다도 많아 8일 LG전자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만 2년(2020년~2021년)간 VS사업본부의 신규 수주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추정된다. 전장사업과 같이 계약부터 실제 매출 발생 시점이 차이가 나는 수주 기반 사업의 경우 수주잔고 개념이 사용되고, 수주잔고가 향후 매출을 일으킨다.


LG전자는 2013년 처음으로 전장사업에 뛰어들었다. 회계상 '기타'부문에 속해있던 VS사업본부 실적이 별도로 반영되기 시작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매출이 총 17조7000억원이었다. 최근 2년간 따낸 신규 수주 금액이 사업 초기 만 5년간의 매출보다도 많은 셈이다.

VS사업본부의 급격한 성장세엔 △인포테인먼트(VS사업본부) △차량용 조명 (ZKW) △전기차 파워부품(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총 세개 축을 기반으로 하는 전방위적 투자가 뒷받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 인수를 시작으로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며 전장사업의 몸집을 불려왔다. LG전자 전장 사업의 수주잔고에서 ZKW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으로, ZKW를 인수한 해인 2018년 말 수주잔고가 41조원에서 2019년엔 53조원으로 1년만에 12조원 껑충 뛰었다.


지난해 2월엔 ZKW가 역대 최고 수준의 수주잔고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리버 슈버츠 ZKW 최고경영자(CEO)는 "사상 최고 수준의 수주잔고를 기록하며 향후 3년간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장사업 전방위적 투자…올해 흑자 전환 전망LG전자는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야를 가리지않고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엔 스위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룩소프와 함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합작법인 알루토를 출범시켰다. 같은 해 7월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합작법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CEO가 애플의 자율주행차인 애플카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3분기엔 미국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소나투스에 4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하고, 11월엔 이스라엘의 자동차 사이버보안 분야 선도기업 사이벨럼 지분 69.6%를 확보하는 주식매매 절차를 완료했다.

시장은 LG전자의 전장사업 수주 물량이 매출로 본격화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놨다. VS사업본부는 2016년 1분기부터 지난해까지 24분기 연속 손실을 내왔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MC(스마트폰) 사업 중단 이후 VS사업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LG전자의 전장사업 힘주기는 계속된다. VS사업본부는 현재 텔레메틱스와 ADAS(첨단 운전자 보조장치), 보안 등 각 분야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대거 경력 채용하며 핵심 인재 확보에 나섰다. 조주완 LG전자 CEO가 취임 이후 첫 해외출장으로 ZKW를 방문한 것 역시 전장사업의 위상을 추측할 수 있는 행보다.

수주 잔고는 LG전자가 매해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서 밝힌 규모다. 코로나19(COVID-19)장기화로 인한 완성차업체 생산 차질 등 불확실한 외부환경이 지속되고 있는만큼 수주 잔고 변동이 있을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수주 잔고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