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러-우크라 전면전 땐 경제충격 불가피"

(서울=뉴스1)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2.2.24/뉴스1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이 될 경우 (경제적)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위기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경제적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 전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공급망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를 유지했고,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2%)보다 1.1%포인트 높은 3.1%로 상향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을 내놓으며 우크라이나 상황도 다 감안했으나 전면전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긴장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 총재는 "전면전을 상정하고 보면, 그 상황까지 숫자로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없다"며 "간단하게만 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 (전쟁 발생시) 곧바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는 국내 물가상승압력으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서방에서 경제 제재 수위를 상당히 높인다면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생산과 수출이 위축 받을 것"이라고 했다.

CNN 등 외신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에서 수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는 해당 폭발이 "미사일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이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세계가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이며, 추가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올해 연말 한은 기준금리 수준(1.75~2%)에 대해서는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총재는 "시장이 기준금리를 예상할 때 아마 올 한해 우리의 성장세와 물가 전망,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름대로 기대한 것일텐데 그 여건의 흐름이 시장예상과 우리(한은)가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며 "시장이 우리(한은)와 같은 경제흐름을 예상하고 기준금리를 예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시장의 기대가 금통위와 괴리가 많다고 하면 앞으로 조금 더 감안해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물가인상 기대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이번 추경에 한하자면 전반적인 경기 진작에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코로나 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 피해를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물가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한적"이라며 "재정확대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조금 더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는 눈여겨 봐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