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당선인 '초박빙 승리'에 '여가부 폐지' 회의론…이준석 "공약 비판 말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준석 당 대표에게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제20대 대선에서 2030 여성들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결집한 것을 놓고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대남(20대 남성)' 공약을 진두지휘한 이준석 대표 책임론이 당내에서 분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야권 인사들이 대선이 끝나자마자 여가부 폐지가 젠더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재고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이 대표는 즉각적인 공약 후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대선 끝나자마자…야권서 '여가부 폐지 반대' 솔솔국민의힘 최다선인 서병수 의원(5선)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공약 다시 들여다 보시자"며 "따지고 보면 이대남이 이대녀 때문에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도, 이대녀가 이대남으로 인해 불평등해진 것도 아니다. 이들이 꿈을 포기하고 저주받은 세대라며 한탄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차별, 혐오, 배제로 젠더의 차이를 가를 게 아니라 함께 헤쳐 나갈 길을 제시하는 게 옳은 정치"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출간 기념 청년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여성가족부 폐지는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젠더갈등 문제라는 것이 표심을 완전히 양쪽으로 갈라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조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그 갈등 구조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에 당선된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도 여가부는 유지해야 한단 입장을 밝혔다. 조은희 서초갑 당선인은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여가부가) 스스로 위기를 자처했다고 생각하지만 여성이 아직도 도움이 필요하고 여성의 안전이나 저출산 문제나 가족의 문제를 어느 부서에선 해결해야 되는데 이건 대통령 프로젝트로 어디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하므로 이 기능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제대로 역할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30 女 이재명 결집 후유증…이준석 "尹 공약 비판 말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의미하는 빵과 장미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자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내 구성원들이 이준석을 까든 말든 관계없고 선거 평가는 자유롭게 하고 다녀도 되지만 당선인의 공약을 직접 비판하지는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제 윤 당선인의 정책을 적극 지원해 국정 운영의 안정을 가져와야 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 선거 공약에 대한 비판이자 지적은 가볍게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거들었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 공약이 "국민의 여론과 시대정신을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젠더갈등, 여성 혐오인 것처럼 무작정 몰아간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다. 여기에 우리 국민의힘이 편승해 접전으로 끝난 대선 결과의 원인을 잘못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이 암초에 부딪힌 것은 이번 대선 결과가 0.7%p(포인트), 24만7077표 격차의 초박빙으로 나타난 가운데 2030 여성이 막판 이 후보로 결집하면서 국민의힘에 등을 돌린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오후 7시30분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의 58.0%가 이 후보를, 33.8%가 윤 당선인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여성의 경우 49.7%가 이 후보를, 43.8%가 윤 당선인을 지지했다.

윤 당선인은 공들였던 '이대남'으로부터 58.7% 지지를 얻고도 20대에서 이 후보에 패했다.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이 실패한 것이다. 젠더갈등을 부추긴 선거 캠페인이 역효과를 불렀단 비판이 나왔다.
2020년 총선 대비 尹 지지율 올랐단 이준석…진실은

/사진=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는 이와 관련, 2020년 총선에 비해 2022년 대선에서 '이대녀'를 비롯해 전 연령·세대에서 지지율이 올랐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2020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과 2022년 윤 당선인의 지지율(출구조사 데이터 기반)에 따르면 20대 여성 지지율은 2020년 25.1%에서 2022년 33.8%로 올랐다.

다만 윤 당선인과 이 후보 등 사실상 양강 후보간 대결로 치러진 대선에서의 후보 지지율과 다수의 후보가 출마하는 총선에서의 미래통합당 지지율을 1대1로 비교하는 게 부적절하단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에 참패해 180석을 내준 총선 때와 이번 대선 간 비교가 맞느냐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 큰 표 차이로 이길 수 있었는데 이대남 이대녀 갈라치기 전법이 치명적이었다"며 "세대포위론이 서울시장 선거 땐 먹혔지만 전국단위 선거에선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대남들은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에 윤 당선인을 지지한 것인데 이대녀 표심을 무시한 것은 전략적 미스(실수)"라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왜 라구아디아로 바로 회항해 착륙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시도했으면 됐을 겁니다! 시뮬레이터로 테스트했습니다!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간접적으로 억울함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