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1Q 기대이하 성적표, 어깨 무거워진 최수연호

/그래픽=이호연 디자인 기자

네이버(NAVER (182,400원 ▲1,700 +0.94%))가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두며 적신호를 켰다. 지난 2년간 '실적 폭주기관차'였던 네이버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를 맞아 성장이 둔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신임 경영진 어깨도 무거워졌다. 네이버는 해외사업을 가속하는 동시에 신규채용을 줄이는 등 전체 영업비용의 25%에 달하는 인건비 관리에 나선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1조8452억원, 영업이익이 3018억원을 기록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1%, 4.5% 증가한 수치다. 다만 증권사 기대치엔 못 미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 예상 매출은 1조8771억원, 영업이익은 3416억원으로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11.6% 밑돌았다.
"아 옛날이여"…네이버 전 사업부문 실적 '주춤'

네이버 커머스사업 분기별 매출추이. /사진=네이버

우려스러운 점은 커머스를 제외한 전 사업부문이 지난해 4분기보다 역성장했다는 것이다. 커머스 매출은 전분기 대비 2.7% 증가한 4161억원을 기록한 반면, 전체 실적의 절반인 서치플랫폼(8432억원)은 4.9% 감소했다. 같은기간 핀테크(2748억원)와 콘텐츠(2170억원)는 각 7%가량 감소했으며 클라우드(942억원)는 작년 2분기보다도 못한 실적을 냈다.

커머스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다. 네이버쇼핑 실적을 견인해온 스마트스토어는 올 1분기 거래액이 리셀(재판매) 플랫폼 '크림'과 합쳐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했다. 올해 크림의 분기 거래액이 194% 폭증했고, 지난해 스마트스토어 단독 거래액 증가세가 최소 25%에서 최대 53%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성장률이 둔화한 셈이다. 전체 스마트스토어 수도 이번 실적부터 공개하지 않았다.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조정 EBITDA(상각전영업이익) 역시 419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 감소했다. 김남선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부진 요인으로 "계절적 요인과 일부 사업 부문의 회계처리 변경 영향"이라고 설명했으나, 네이버의 성장둔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날 컨퍼런스콜에 참석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성장률이 언제쯤 반등할지 질의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올 초 대통령선거 등 다양한 이슈로 성장이 주춤했을 뿐 4월부터는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신임 경영진의 성과가 온전히 반영되는 2분기가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오른쪽)와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네이버

네이버는 글로벌에서 기회를 찾겠단 방침이다. 앞서 최수연 대표는 5년 내 글로벌 이용자 10억명을 확보하고 매출 15조원을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라인을 제외하고 현재 10% 수준인 글로벌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올해 네이버의 전 사업부문이 일본에 진출한다. 지난해 라인에 '마이스마트스토어'를 선보인 데 이어 포털 야후에서 한국식 쇼핑검색과 광고를 출시한다. 최수연 대표는 "일본 커머스 시장은 규모 측면에서 한국의 3배, 침투율은 3분의 1로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를 넘어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에선 웹툰 수익화에 나선다. 지난해 조성한 1000억 기금을 활용해 웹툰·웹소설 IP(지식재산권)를 영화·드라마로 제작하는 데도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김 CFO는 "지금도 (웹툰 해외법인은) 마음만 먹으면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수 있다"며 "미국·일본의 작가 계약구조나 소비자의 구매력을 고려하면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수록 수익성이 개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인건비 부담으로 올해 네이버 채용 문도 좁아질 전망이다. 앞서 네이버는 임직원 연봉을 평균 10% 인상하며 1분기 개발·운영비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이에 대해 김 CFO는 "지난해까지 채용을 늘리면서 인건비가 상당 부분 고성장했는데 올해는 인원수 증가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