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던 침팬지 '관순이'…뒷방도 모자라, '학대논란' 사파리로

SBS TV 동물농장에 2013년 출연했던, 아기 침팬지였던 '관순이'의 모습./사진=SBS 스토리 유튜브

2012년 8월 26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침팬지가 태어났다. 이름을 '관순이'라 불렀다.

2013년 5월엔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했었다. 동그란 눈망울, 사육사를 엄마로 착각해 품에 꼭 안기고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 목욕할 때 앙탈을 부리고 잠든 모습이 무척 귀여워 인기가 많았다. 다시 보기 영상도 조회수가 합쳐서 100만회가 넘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유명 스타가 된 셈이었다.


관순이는 세월이 흘러 10살이 됐다. 침팬지 평균 수명이 50살 정도니 나이가 많은 건 아녔다.

13살 광복이, 10살 관순이는 내부 '사육장'에서만…광복이는 털 뽑는 '정형행동'까지 했다

13살 침팬지 광복이./사진=서울대공원 유튜브

서울대공원의 침팬지는 용용, 쥬디, 광복, 까미, 관순, 아자 등 총 6마리다.

이중 앞서 언급한 관순이(2012년 8월 26일생, 10살), 광복이(2009년 8월 15일생)는 침팬지가 맘껏 뛰놀 수 있는 '야외 방사장'에서 지내지 못했다. 야외 방사장엔 24미터짜리 '침팬지 정글타워' 등이 설치돼 있다. 2011년 정글타워 설치 당시 서울대공원 측은 "24미터는 침팬지가 가장 좋아하는 높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순이와 광복이는 단 하나뿐인 야외 방사장이 아닌, 관람객 시선이 닿지 않는 뒤쪽 사육장에서만 지냈다. 다른 무리와 어울리기 어렵단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이는 사육장에서 혼자 지냈고, 관순이는 오랑우탄(2013년생)과 같이 지냈다.

침팬지 6마리 중 4마리가 활동했던 야외 방사장의 '침팬지 정글 타워'. 광복이와 관순이는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내부 사육장에만 있었다./사진=뉴시스

광복이는 홀로 지내며 힘들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루종일 털을 뽑는 '정형행동'을 했다. 서울시는 2020년 공개한 문서에서 "광복이는 단독 사육 개체이고, 하루 활동하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털 뽑는 정형행동으로 보내고 있다"고 했다.

'정형행동'이란 스트레스로 인해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곰이 숫자 8 모양으로 왔다 갔다 하고, 원숭이가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돌고래가 끝없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헤엄치는 것 등이다. 광복이는 서울대공원이 제작한 유튜브 영상에도 잠깐 등장한 적이 있는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사육사가 "광복아, 화내지마"라고 하기도 했다.

/사진=서울대공원 동물원 결재문서 캡쳐

전 세계 동물원을 1000번 이상 방문한, 동물보호운동 활동가 로브 레이들로는 저서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에서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동물원 동물들의 좌절감 표시"라고 했다. 이어 "움직일 공간이 너무 비좁거나, 자극할만한 흥밋거리가 충분치 않다는 뜻"이라고도 덧붙였다.

광복이와 관순이, 인도네시아 사파리로 반출…"근친 번식 방지 차원"이라며 거짓 핑계도

/사진=서울대공원 동물원 결재문서 캡쳐

그렇게 지내던 두 침팬지는 최근 다른 나라 사파리로 반출까지 결정됐다. 서울대공원은 3월 24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관순이'와 '광복이'를 인도네시아 타만 사파리로 반출한다고 했다.

관순이외 광복이의 반출 사유로 △(관순이와 광복이가) 남매 사이라 한 우리에서 사육할 수 없고 △종보전 및 근친 번식 방지 차원에서 나머지 4마리와 혼합 사육도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 내부 문서를 살펴본 결과, 관순이는 2020년 9월 1일 이미 피임하기 위한 '임플라논 시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임 유지 기간은 3년 정도다. 서울대공원이 반출 이유로 '번식 방지'를 들었지만, 이미 일단은 번식할 수 없도록 피임 시술을 한 것이다. 당시 시술 목적에 대해서도 "합사하고자 하는 광복이와 혈연 관계로, 임신을 방지하고자 피임 시술을 시행했다"고 명시했다.

/사진=서울대공원 동물원 결재문서 캡쳐

또 임플라논 시술 후에는 관순이와 광복이를 합사시키기도 했다. 4일차가 되던 때, '(두 침팬지가) 방사장과 내실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활동하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내부 보고하기도 했다.

애초 둘만 합사하면서, '향후 반출 계획이 있어 침팬지 전체 무리와 합사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이라고 써놓기도 했다. 2020년 9월에 이미, 광복이와 관순이의 반출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출되는 인도네시아 사파리, 코끼리 '쇠꼬챙이 학대 논란' 불거진 곳

인도네시아 타만 사파리./사진=서울대공원 블로그

게다가 광복이와 관순이가 반출 결정된 인도네시아 타만 사파리는 과거 '학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 사파리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전형적인 동남아 동물 이용 관광 시설"이라며 "불과 2~3년 전까지 호랑이, 사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해 관람객이 만지게 했다"고 했다. 2018년에는 코끼리를 훈련용 쇠꼬챙이로 학대하는 정황이 발각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은 "타만 사파리는 사육 환경이 우수하며, 현재 침팬지를 이용한 동물쇼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당 침팬지를 동물쇼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반출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두 마리 침팬지가 쇼에만 이용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태어나고 자란 환경에서 다른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은 동물에게 큰 스트레스"라고 반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반출 후에는, 사파리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가 어렵단 점도 함께 들고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따만 사파리는 운영 목적 자체가 다르다. 여행객들이 자기 나라에서 못하는 것들(코끼리 등에 타고, 사자와 호랑이 셀카 찍는 등)을 하기 위해 운영되는 시설"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랑우탄과 사진을 찍고 돌고래쇼도 아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 크게 하고, 원래 있던 애들 중성화 해 합사 시도 하면 된다"그러면서 이 대표는 "'뒷방'이라 불리는 비전시 시설 동물들이 열악하다"고도 했다. 광복이와 관순이에 대한 해결책도, "침팬지가 머물 시설을 더 크게 만들고, 원래 있던 애들을 중성화해 합사 시도를 하면 된다"며 제시했다.

광복이와 관순이의 반출을 막기 위한 '국민신문고 민원 넣기'도 독려하고 있다. 국민신문고(https://www.epeople.go.kr)에 접속한 뒤 회원 가입과 로그인을 하고, 기관 선택(서울시)을 한 뒤 "서울대공원의 침팬지 광복, 관순의 인도네시아 동물원 반출 중단을 요구한다"고 작성하면 된다.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는 가만히 눈을 감고, 관순이와 광복이의 입장에서 짐작을 해보았다며 이렇게 글을 남겼다.

"어린 시절은 끔찍했다. 나아준 어미의 품에서 키워지지 못하고 낯선 인간에게 길러졌다. TV 인기 스타가 되는 건 그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침팬지는 무리 동물인데 광복이와 관순이는 무리에 끼지 못했다. 무리에 끼지 못한 채 작고 어두운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더 혹독한 미래가 예상되는 곳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잠시 그들이 되어보는 일은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공포 체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