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듯 日오사카 어때?"..해외여행 눈돌린 '여기어때' 전략은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가 26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여기어때

"국내시장에서 증명한 합리적 가격과 쉬운 여행을 해외에 적용 시킬겁니다. 근거리 해외자유여행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유럽에서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환경을 만들어 내는 게 목표입니다."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는 26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신개념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상품인 '여기어때 해외특가'를 소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기존 여행 사업자들이 제공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차별화된 상품"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각축전이 벌어지기 시작한 해외여행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종합 여가·여행 플랫폼 여기어때가 해외여행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국내 숙박서비스로 구축한 여행 인프라와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나투어 (58,200원 ▼600 -1.02%), 야놀자 비상장 (43,100원 0.00%) 같은 해외여행 터줏대감은 물론 글로벌 OTA(온라인여행사)와도 한 판 붙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가격 경쟁력을 강조한 근거리 해외여행상품을 통해 유럽권과 같이 한국과 일본, 동남아를 '여행 생활권'으로 묶겠단 구상이다.

2014년 서비스로 시작한 여기어때는 야놀자와 함께 국내 숙박 플랫폼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특급호텔 등 숙박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렌트카·레저·티켓·항공권 등 다양한 서비스를 더하며 8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성장했다.

무비자 일본 관광이 실시된 이틀째인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을 찾은 여행객들이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기의 탑승수속을 밟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외여행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여기어때는 지난해 온라인투어를 인수하고, 올해 상반기 미래에셋그룹으로부터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해외여행 시장 공략을 위한 담금질에 나섰다. 코로나19(COVID-19) 엔데믹(풍토병화)과 함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여기어때의 역량도 충분히 무르익었단 판단이다.

정 대표는 "확고한 여행 목적을 갖고 앱(애플리케이션)을 찾는 월간 사용자만 430만명에 이르고, 올해 여행 카테고리 플랫폼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할 만큼 위상이 확고하다"며 "특히 MZ세대 사용자가 70%인데 우리가 추구하는 해외여행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어때는 지난 5월 해외항공서비스를 오픈하고, 7월엔 해외숙소 예약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해외여행 재개에 맞춰 순차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내놨다. 두 카테고리 모두 매달 거래액이 전월 대비 100%씩 성장하는 등 가능성을 확인했단 설명이다. 정 대표는 "온라인투어 인수효과로 초기 시장 진입자가 내세우기 어려운 특가상품을 구성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해외여행 시장 장악을 위해 여기어때가 내세운 야심작은 지난달 해외항공과 숙박 서비스를 합쳐 선보인 해외특가 상품이다. 즉흥적으로 손쉽게 다녀올 수 있는 유럽 내 여행을 본따 비행시간 4시간 이내인 일본과 베트남을 집중 공략하는 상품이다. 기존 패키지여행이나 에어텔(항공+호텔)과 큰 차이가 없지만 불필요한 조건을 없애고 가격 경쟁력과 여행 편의성을 크게 높인 게 특징이다.

/사진=여기어때

여기어때에 따르면 해외특가 가격은 기존 여행상품보다 20~30% 저렴하다. 정 대표는 "기존 대리점, 랜드사 등 중간단계가 많았지만 여기어때는 기술력으로 중간 단계를 없애고 절감된 비용을 가격에 반영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진성 여기어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메타서칭과 직접소싱 상품으로 최저가 상품을 구현했다"며 "우리보다 저렴한 상품을 찾으면 차액을 현금포인트로 환급할 것"이라고 이를 뒷받침했다.

이른바 저가 상품이지만 여행품질은 고도화했다. 기존 패키지 여행은 최소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여행 직전 취소되는 문제가 많았고, 에어텔의 경우 싸지만 품질 낮은 숙소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 CSO는 "기존 여행상품들은 무척 공급자 중심이었다"며 "여기어때 해외특가는 출발예약 즉시 확정되고, 추가 비용 없이 공항픽업이나 룸 업그레이드 등 숙소별 특전도 준다"고 말했다.

여기어때는 일본이 역대급 엔저 호재가 있는 만큼, 해외여행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20여개 수준인 해외특가 상품도 연말까지 200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내년엔 일본과 베트남 외에 대만, 홍콩, 필리핀 등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고, 장거리 해외여행은 상품 차별화가 어렵단 점에서 당분간 단거리 노선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고환율과 금리상승 등 시장환경이 해외여행 소비여력을 위축할 수 있단 우려에서다.

정 대표는 "해외여행 시장 회복을 코로나19가 좌우하는 시기는 지났다"면서도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이 있어 회복세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김 CSO도 "환율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조금 더 가벼운 주머니로도 떠날 수 있는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 집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