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쿱·벨로스터·쏘울, 韓선 '골칫덩이' 美선 '효자'

제네시스 쿠페. /사진제공=현대자동차

14대와 77대.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와 벨로스터의 지난달 국내 판매 대수다. 각각 완성차 5개사의 국내 생산 차량 가운데 가장 적게 판매된 모델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제네시스 쿠페는 한국 판매량의 32.6배인 457대가, 벨로스터는 27.5배인 2118대가 팔렸다. 특히 벨로스터의 경우 미국의 '콤팩트 스포츠카' 시장에서 MINI 쿠퍼(3132대)에 이어 둘째가는 판매량이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쿠페와 벨로스터 등 국내 비인기 자동차 모델들이 미국 시장에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시스 쿠페와 벨로스터가 한국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제네시스 쿠페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유일한 정통 후륜구동 쿠페다. 2000cc 터보, 3800cc 엔진을 장착해 각각 275마력, 350마력의 스포츠카다운 성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08년 10월 출시된 이래 전면교체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아 모델이 낡은 데다, 쿠페의 수요 자체가 많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벨로스터는 뒷문이 오른쪽에만 있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출시 때 화제를 모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먹혀들지 않았다.

더 뉴 벨로스터.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이와 달리 미국 시장에서는 이들 차량이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진가를 인정받는 모습이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인기 있는 모델을 언급할 때 기아차 '쏘울'도 빼놓을 수 없다. 쏘울은 국내에서 지난달 371대가 판매됐다. 기아차에서는 모하비(268대), K9(290대)에 이어 셋째로 적게 팔린 모델이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3053대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지난달에만 1만3614대가 판매됐다. 미국 내 기아차 전체 판매량 4만9820대의 27.3%로, 최다 판매 모델이다.

햄스터가 등장하는 기아자동차 '쏘울'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쏘울은 국내에서 2008년9월 출시돼 한 때 월간 2000여대가 판매되기도 했지만 인기가 금세 시들해졌다. 박스카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 때문이다. 2013년 2세대 쏘울이 나왔지만 디자인이 거의 바뀌지 않아서인지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원조 박스카인 닛산 '큐브'를 제치고 소형 박스카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섰고, 2009년 햄스터를 주인공으로 한 광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기아차는 현재까지 쏘울 광고에 햄스터를 내세우고 있다.

쏘울은 지난달 미국 '엔트리 CUV(크로스오버 다목적차)'시장에서 점유율 28.1%로 1위를 차지했다. 차급 내 2위인 지프 레니게이드 판매량은 7924대로 쏘울 판매량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소비 형태는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 중심으로 고착돼 있지만 미국에서는 다양한 소비층이 존재한다"며 "국내에서 인기 없는 모델도 미국에서는 시장성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판매 전략을 짤 때 다양한 수요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