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법정관리 압박…용선료엔 '약' 해운동맹엔 '독'

↑ 한진해운 여의도 본사/사진제공=뉴시스

국내 양대 국적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해 정부와 금융권이 법정관리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이같은 압박은 용선료 협상을 우회 지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국적 해운사들의 새로운 해운동맹 구성에는 독이 되는 '양날의 칼'이다. 용선료 협상 등 자구방안 이행이 이뤄질 경우 경영 정상화를 전폭 지원한다는 정부와 채권단 차원의 약속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해 "5월 중순까지 해외 선주들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으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며 법정관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산업은행도 한진해운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하면서 법정관리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역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법인회생 신청을 염두에 두고 회생 감독을 맡을 주심 판사와 재판장을 잠정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선사들의 용선료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선주들이 용선료를 떼이느니 인하해주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STX팬오션이나 대한해운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선주들이 용선료를 받지 못한 선례가 있다.

지난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각각 지불한 용선료는 2조6203억원, 1조8793억원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 용선료 조정을 위해 협상단을 구성해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다음달 중순께 협상이 완료될 예정이다. 한진해운도 조만간 협상단을 꾸려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해운사들의 또다른 과제인 '해운동맹 구성'에는 부정적이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채무가 동결돼 특정 항만에서 선박과 화물이 압류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같은 동맹에 소속된 해운사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해운동맹 구성 때부터 재무 구조는 주요 고려 대상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소속된 해운동맹 CKYHE에서 양대 선사인 코스코와 에버그린이 이탈하면서 새로운 동맹을 구성하거나 기존의 다른 동맹에 합류해야 하는 처지다.

현대상선도 해운동맹 'G6'에 속했던 6개 회사 가운데 2개가 빠져나가 'G4'로 쪼그라든 상태여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한진해운은 'G6' 동맹에 합류하기 위해 이 동맹의 좌장 격인 독일 업체 하팍로이드 등과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동맹 참여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영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현재 해운사들이 합종연횡을 하면서 경쟁력 없는 해운사들은 도태되고 있는데 내년쯤에는 살아남은 해운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양 루트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2조원 이상 들어가는데 해운사가 퇴출될 경우 이를 날리는 셈"이라며 "국가 수출 경쟁력 차원에서라도 용선료 협상과 자구노력이 이뤄진다면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