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에 '3대통화' 출렁, 현대·기아차 '환율변수' 촉각

"아직 초기이고 향후 사태 추이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양면성'이 있다. 자동차 판매 측면에선 다소 부정적일 수 있으나 수출 경쟁력과 수익성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미칠 여파에 대해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가 내놓은 분석이다. 그는 "그룹 차원에서 '브렉시트'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 스터디를 하고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전세계 200여개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글로벌 수출기업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는다. 세계 경제 흐름과 환율, 금리, 유가 등 주요 경제지표에 따라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현대차 (235,000원 ▲4,000 +1.73%)와 기아차 (110,400원 ▼1,800 -1.60%)의 이익률이 예전만 못한 것도 중국과 신흥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수요 감소와 함께 장기간 계속된 엔저(엔화약세)와 이종통화 약세 등의 탓이 컸다. 미국에선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에 고전했고 러시아와 브라질에선 원자재 가격과 유가 하락에 따른 루블화와 헤알화 평가절하로 손해를 봐야 했다. 아중동과 중남미 등 기타 신흥시장 여건도 비슷했다.

현대·기아차가 '브렉시트' 이후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환율' 변수다. 영국의 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로 유로화는 물론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엔화 가치가 급변동하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가 환율변동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3개 통화가 바로 달러와 유로, 엔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수출대금을 받는 결제통화와 외화자산 및 부채가 이들 3개 통화 중심으로 헷징(환위험회피)돼 있다"며 "앞으로의 환율 향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율 변수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긴 쉽지 않지만 현대·기아차 내부에선 '중립적'이란 전망이 우선 나온다. 글로벌 경제에 충격파가 전해지면서 브렉시트의 진원지인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급락하고 있다. 유럽 현지에선 "파운드보다 유로화가 더 걱정(파이낸셜타임즈)"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반면 달러화와 엔화는 초강세다. 안전자산 쏠림현상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상승 추세다.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는 현대·기아차에 호재다.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원화 환산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서다. 덤으로 '엔고(엔화강세)'까지 가세하면 수익성에 더 보탬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등 해외시장의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간접 효과 덕분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과 연초 달러당 1150원 안팎을 기준으로 올해 경영계획을 짰다. 브렉시트로 뛴 원/달러 환율은 1170~1180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이 경우 현대·기아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의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유로화와 루블화, 헤알화 등 주요 이종통화 약세는 수익성에 큰 부담이 된다. 신흥국 통화 약세가 브렉시트 여파로 장기화되면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을 갉아먹을 공산이 크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강달러와 엔고, 이종통화 약세가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서로 상쇄하는 구조"라며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통화의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환율이 수익성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는 쪽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