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수입차 대첩, 다시 불 붙은 'B의 전쟁'

수입차 구입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떠오르는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와 BMW일 것이다. 실제 지난해 수입차를 구입한 고객 10명 중 5명(46.5%)이 두 브랜드의 차량을 구입했다. 벤츠와 BMW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총 10만대 이상을 팔았다.


벤츠와 BMW의 경쟁은 100년의 역사가 넘는다. 지난해 BMW는 설립 100주년을 맞이했는데, 이를 두고 벤츠는 "100년 간의 경쟁, 고맙습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물론 밑에 작은 글씨로 "앞의 30년은 조금 지루했지만"이라는 말을 덧댔다. 100주년을 축하면서도 은연중에 벤츠의 역사가 30년 더 길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벤츠와 BMW는 선의의 경쟁자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끌어 왔다. 두 브랜드가 진출한 곳이면 어디든 'B(Benz · BMW)의 전쟁'이 벌어졌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벤츠는 지난해 BMW 설립 100주년을 축하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인스타그램

◇2017년, 차원이 다른 'B의 전쟁'= 한 세기 동안 경쟁해온 두 브랜드이지만 올해는 경쟁의 차원이 여느 때와는 다르다. 지난해 시장의 판도가 바뀌면서 2017년의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벤츠는 208만대를 판매하며 BMW를 약 8만대 앞서며 고급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2004년 이후 12년 만이다.

국내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폭스바겐 디젤 사태 등으로 수입차 시장이 축소됐지만 벤츠는 전년보다 판매량을 20% 늘리며 2003년 국내법인 설립 후 첫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BMW는 7년간 유지해온 1위 자리를 내줬다.

벤츠가 승리한 원동력은 지난해 6월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한 'E-클래스'다. 지난해 'E-클래스'만 2만2800여대가 판매됐다. 'C-클래스'도 9300대 이상 팔리며 스테디셀러의 면모를 유지했다. 다양한 모델이 견조한 판매 모멘텀을 이어가는 가운데 'E-클래스'가 정상의 고지로 벤츠를 이끈 것이다.


BMW도 판매를 전년보다 소폭(1.2%) 늘리며 분전했지만 벤츠의 성장세에 당해낼 수 없었다. 'E-클래스'와 같은 강력한 무기가 없었다. 벤츠는 지난 1월 베스트셀링모델 1~5위를 모두 차지하며 6848대를 판매했다.

벤츠 더 뉴 E클래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절치부심 BMW, 2월 '뉴 5시리즈' 온다= 올해는 BMW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는 강력한 모델이 생겼다. 한 때 강남쏘나타로 불리며 항상 판매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5시리즈'의 신형이 오는 21일에 국내 출시한다.

지난 7일을 시작으로 글로벌 출시가 시작된 '뉴 5시리즈'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모델이다. '5시리즈'는 1972년 선보인 이래 전 세계에서 76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지난 4일 국내에서 사전계약이 시작된 후 첫 주에만 1000명이 넘는 고객이 사전계약을 했다.

BMW 관계자는 "고급 중형차 시장의 리더십을 보여줄 차가 신형 '5시리즈'"라며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한 이후 매장을 찾는 고객이 2배로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1위를 되찾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뉴 5시리즈'의 국내 판매가격은 6630만~8790만원이다. 벤츠 ‘E-클래스’(6090만~9870만원)에 비해 시작가가 약 600만원 높다. 하지만 300만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반자율주행 패키지, 고급 옵션 사양인 'M스포츠 패키지'가 전 라인업에 기본 적용돼 가격 경쟁력은 높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X3', 'GT' 등도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와 BMW가 경쟁할 수록 고급 수입차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효과가 있어 경쟁이 나쁘지만은 않다"며 "이미 국산 고급차 수요를 벤츠와 BMW가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BMW 뉴 5시리즈 /사진제공=BMW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