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21세기 '쇄국정책', 현대차 채용시험 나왔다

현대자동차가 조선시대 말 쇄국정책(통상수교거부정책)과 최근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묻는 문제를 신입사원 채용 시험에 출제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일 실시한 신입사원 인적성검사(HMAT)에서 역사에세이 문제로 △조선시대에 펼쳐진 쇄국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시사점을 서술하라 △현재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라 등을 냈다.


시험 시간은 30분이었고 응시자들은 준비된 답안지에 500~1000자를 써냈다. 시험을 치른 한 지원자는 "쇄국정책은 잘 알려진 개념이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도 최근 뉴스 등에서 많이 나와 시험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250,000원 ▼2,500 -0.99%) 관계자는 "역사에세이 시험은 단순 역사지식이 아니라 지원자들의 논리적인 사고 전개와 생각을 묻는 것"이라며 "단편적인 역사 지식이 아닌 사회적 현상에 대한 관심을 알아보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현시대의 핵심적 사회현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꼽은 것이다. 특히 문제에서 제시된 '오늘날 세계는 경우에 따라서 쇄국정책에 준하는 각종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은 현대차가 보호무역주의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 나타난다.


지난해 미국에서 142만대를 판매한 현대·기아차는 미국의 무역정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물량의 절반은 미국에서 생산하지만 나머지는 한국 등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이에 관세는 특히 민감한 주제다.

일본과 유럽 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 업체들은 미국에서 660만대를 판매하지만 미국 생산량은 386만대에 불과하다. 유럽업체들은 175만대를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면서 54만대만 미국에서 생산한다. 미국 빅3(GM·포드·FCA)조차 미국에서 판매되는 물량 중 153만대를 해외에서 생산한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물량만큼은 자국 내에서 생산하라'는 큰 틀의 방향을 정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 일환으로 멕시코 국경세(35%) 부과를 검토 중이다. 멕시코에는 8개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멕시코 생산량의 50%를 미국에 수출 중이다.

국경세가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에 입맛에 맞는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멕시코에 연산 40만대 규모의 기아차 (116,600원 ▲400 +0.34%) 공장을 가진 현대·기아차도 향후 5년간 31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조치의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부품 중 40%가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고, 국경세로 인한 가격인상은 소비자에게 부담이다.

또 무역 분쟁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 독일 정부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멕시코 국경세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검토 중이다. 이번 채용시험에선 이런 상황을 제대로 짚어 준 응시자가 좋은 점수를 얻을 것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