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회사 인수에 자금은 1500억뿐…中 더블스타, '승자의 저주'?

금호타이어 (6,610원 ▲120 +1.85%)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더블스타의 자금과 운영 능력에 의문점이 제기된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790억원인 더블스타가 1조원가량의 인수금액을 써낸 것이 무리였다는 평가다. 실제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투자하는 자금은 1500억원이다.

인수자금의 대부분이 차입금으로 향후 상환과 이자지급 등을 위해 금호타이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지는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가 넘어가면 발전보다는 기술유출의 우려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5년 만기 M&A펀드가 인수 주체…더블스타 출자금 1500억=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적된 주체는 ‘청도성미국제투자’(유한공사)다. 주주협의회(채권단)는 보유 중인 금호타이어 지분 42%를 955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청도성미국제투자는 청도성미주식투자기금중심(이하 성미투자펀드)의 99% 자회사다. 성미투자펀드는 사실상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5년 만기 M&A(인수합병) 펀드다. 더블스타는 성미투자펀드의 주요 출자자로서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것이다.

성미투자펀드는 더블스타 등 총 5개 기업이 공동출자했다. 출자기업은 △더블스타 △청도국신자본투자 △청도국제투자 △청도국투득후투자관리 △청도국신창신주식투자관리 등이다. 대부분 칭다오시 정부가 관리하는 회사로 크게 보면 더블스타의 계열사다.


성미투자펀드는 유한책임사원(LP)으로 △더블스타가 9억위안(1480억원) △청도국신자본투자가 3억9500만위안(650억원) △청도국제투자 5000만위안(80억원)을 투자했고, 나머지 두 곳은 무한책임사원(GP)으로 각각 500만위안(8억원)씩 출자했다. 총 설립규모는 13억5500만위안(2230억원)이다.

사실상 더블스타는 GP가 운영하는 M&A 펀드에 1480억원을 투자한 투자자다. 만약 성미투자펀드 운영에 큰 손실이 발생하면 GP는 책임이 무한전가되지만 LP는 투입한 자금만큼만 책임을 지면된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책임은 다른 곳에서 지는 것이다.

성미투자펀드는 설립기금이 2230억원인 만큼 인수대금(9550억원)의 나머지 약 7000억원은 중국 금융권으로부터 인수금융 지원 확약서(LOC)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중국 금융권에서 발생할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 금융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빌린 돈으로 이자율이 높은 중국 금융 차입금을 갚는 방식이다. 차입금 7000억원의 연 금리를 5%로만 잡아도 연 350억원을 이자비용으로 내야 한다. 연간 당기순이익이 101억원(2015년 기준)인 더블스타가 감당하기는 힘든 수준이다.

◇매출 5배 금호타이어 삼키려는 더블스타, '승자의 저주' 우려= 더블스타가 자기자산의 4.2배나 되는 금호타이어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016년 말 기준 금호타이어의 자산 5조1216억원으로 더블스타(1조2000억원, 2016년 9월기준)의 4.2배다. 매출규모는 금호타이어가 5배 가량 많다.

지난 7일 기준 더블스타의 시가총액(선전증시)은 8800억원(53억4300만위안). 자신의 시가 총액보다 더 큰 규모의 M&A에 참여하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으로 인수금융 금리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더블스타의 낮은 현금 동원 능력에 지난 1월 한국기업평가는 금호타이어 신용등급을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 검토’로 하향조정했다. 한기평은 "더블스타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790억원 수준"이라며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더블스타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무부담 확대가 더블스타 대비 영업현금창출 규모가 큰 금호타이어로 전이될 경우 금호타이어의 재무역량 저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금호타이어의 현금창출 능력은 연 2000억원 정도로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현금을 차입금 상환 등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금호타이어 자산이 인수자금 상환에 사용되는 LBO(차입매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호타이어 발전보다는 퇴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수전이 장기화될 경우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M&A 펀드가 5년 만기이지만 투자는 보통 앞의 3년 동안만 이뤄진다. 또 더블스타가 이미 금호타이어 실사 과정에서 기술력과 경영노하우를 배웠고, 인수가 무산돼도 약 48억원의 실사비용을 돌려받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