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대선 홍보장 된 금호타이어 매각 반대 시위장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가 1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더블스타든 박삼구 회장이든 자동차시장과 한·중관계가 복원되도록 하겠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생각을 전달하러 왔습니다."(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 매각 절차를 진행하라."(추혜선 정의당 의원)


11일 오후 2~3시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6,260원 ▼220 -3.40%) 노조(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의 '금호타이어 매각 반대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한정애 의원, 국민의당 송기석·이언주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조 집회에 국회의원들이 등장하는 풍경이 연출되니 바야흐로 '벚꽃 대선'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이 정치인 모두가 집회 내내 자리를 지킨 것은 아니다. 5~10분의 공개 발언을 한 후 자리를 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생각을 전달하러 왔다"며 먼저 발언에 나선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왜 지금 급하게 매각을 진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광주와 대한민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회사를 거의 날치기로 매각작업하는 데 대해 강력 반대한다"며 "노사간 합의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매각작업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공장이 있는 광주지역의 표심을 의식하는 발언이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10분 넘게 발언했다. 대우건설, 한진해운, 기아차, 우다웨이, GM 부평공장, 과거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간 합의된 시베리아 가스 프로젝트 등 발언의 폭도 넓었다.

송 의원은 "더블스타든 박삼구 회장이든 고용을 정확하게 보장하고 쌍용차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더블스타의 자금 규모가 금호타이어의 5분의1이라는데 9550억원의 매각대금뿐 아니라 추가 설비 투자를 할 수 있는지, 광주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송 의원은 한진해운 파산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송 의원은 "4000억원을 지원 안해서, 최순실한테 조양호 회장이 찍혀서 한진해운이 파산됐다"며 "(1위 선사) 머스크는 대우조선해양에서 만든 배로, 수출입은행이 RG(선수금지급보증)해서 만든 대형 선박으로 (운임) 저가 경쟁해 한국해운이 망했으니 자승자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최순실씨에게 '찍혀서' 파산하게 됐다는 세간의 루머를 그대로 전한 것인데 사실 이는 '확증'없는 '설'(設)로 다소 선동적이고 국회의원이 언급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송 의원은 "조선과 해운을 살리기 위해 메드베데프 러시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합의한 201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00억큐빅미터씩 시베리아 가스를 도입하기로 한 프로젝트를 다시 복원시키겠다"고도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지금 강력히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원하고 있는데 북극 항로가 열리면 시베리아 가스를 운송하는 북방경제가 조선과 해운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60만대 기아차 광주공장의 생산능력을 100만대 수준으로 만들어 광주를 자동차산업 메카로 발전시키면서 금호타이어의 생산능력도 키우겠다는 게 문 후보의 구상"이라며 지역맞춤형 대선 공약을 잊지 않았다.

이어 "제 지역구(인천 계양구)가 GM공장 바로 옆인데 부평공장이 신차 발주가 안되고 생산량이 축소되고 있어서 인도나 멕시코로 옮겨가지 않을까 걱정이 있다"며 "트럼프행정부도 미국 내 공장 리턴을 바라고 있어 부평공장 유지는 중대한 고민 중 하나이고 자주적인 역량을 갖는 정부가 출범할 때 이런 문제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새 주인은 자금동원능력, 경영능력이 모두 중요하고 노조 여러분의 고용을 당연히 승계 보장하는 회사여야 할 것"이라며 "광주 경제에 이바지하는 마음 자세를 갖춰야 하고 방산기업이기도 하므로 대선 후 차기 정권과 매각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에 공장을 둔 호남기업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로 좁혀진 대선 양강 구도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작업에 '심적 부담'을 안고 있다.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법정투쟁 등으로 '시간 끌기' 전략을 쓰면 매각작업이 차기 정부로 연기될 수 있는데 정치권에 매각작업 연기를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