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대 슈퍼카·럭셔리세단 잇단 리콜..안전결함 우려

포르쉐 911 카라레 고압연료 파이프 고정나사 관련 리콜/사진제공=국토교통부

'연료누출 차단밸브 제작 결함으로 인한 화재발생 위험, 창유리 패널이 차량에서 이탈돼 사고가 날 가능성.'

수천만원대 일반 대중차 브랜드의 리콜 사유들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을 넘는 슈퍼카·럭셔리카들에서 발견된 문제들이다. 실제로 수억원대의 최고급차들이 올 들어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결함으로 잇단 리콜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세라티·포르쉐 벌써 3~4건 리콜..럭셔리 세단도 마찬가지=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람보르기니·포르쉐·마세라티·페라리 등의 고가 슈퍼카 브랜드들의 리콜 발표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마세라티는 지난달까지 4건의 리콜을 진행했으며, 포르쉐도 3건의 리콜 사유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마세라티의 '기블리 S Q4' 등은 기어위치 경고 기능이 부재하거나 저압 연료 호스에 제작 결함이 발견됐다. 또 '르반떼 S' 등은 엔진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오류가 났다.

포르쉐도 '911카레라' 등에서 고압 연료 파이프 고정 나사가 재질 불량으로 파손돼 연료가 누유될 경우 화재가 날 할 가능성 등이 있어 리콜을 진행했다.


아울러 대당 5억원대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등은 연료누출 차단 밸브의 제작 결함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발견됐다.

람보르기니 연료누출차단밸브 관련 리콜/사진제공=국토교통부

2억원대 페라리 '캘리포니아' 등도 충돌로 인한 동승자석 에어백(일본 '다카타'의 부품) 전개 시 과도한 폭발 압력으로 발생한 내부 부품 금속 파편이 동승자 등에게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나타나 리콜을 실시했다. 지난해 페라리 '캘리포니아 T' 등은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파이프 손상으로 주행 중 연료 누유가 될 수 있는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른바 '회장님의 차'로 불리는 럭셔리 세단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리콜이 이뤄진 3억원대의 벤틀리 '컨티넨탈 플라잉스퍼'가 대표적이다. 생산 과정에서 선루프의 창유리 패널이 오염되면서 선루프 프레임과 접착력이 떨어질 경우 창유리 패널이 차량에서 이탈돼 사고가 날 위험성이 제기됐다.

5억~6억원대의 롤스로이스 '팬텀2'도 2015년 사이드 커튼 에어백의 조립 불량으로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아 리콜이 실시됐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성태 의원(현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2011년부터 2016년 6월까지 1억원 이상 차량 3552대가 리콜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중대 결함이 있는 차량은 도로 위에서 언제든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폭탄과 같다"고 지적했다.

페라리 캘리포니아 에어백 인플레이터 관련 리콜/사진제공=국토교통부

◇그룹 내 부품공용화·아웃소싱 등이 리콜증가 원인 꼽혀=일반차들의 대규모 양산 시스템과 달리, 비싼 부품으로 고급 인력들이 만들어 내는 최고급차에서도 잇딴 결함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업계에선 고급차 브랜드들도 같은 자동차 그룹 내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품 공용화나 글로벌 아웃소싱을 함께하는 케이스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예컨대 페라리는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다른 FCA그룹과 마찬가지로 일본 타카타 에어백을 탑재했는데, 이 부품업체가 문제를 일으키자 함께 연쇄적으로 후폭풍을 맞은 것이다. 람보르기니·포르쉐·벤틀리는 독일 폭스바겐 그룹 산하에 있다.

아울러 값비싼 차량일수록 자동차 부품 수가 많게는 3만개 이상으로 늘고, 전장화가 이뤄지면서 구조가 복잡해진 것도 리콜 증가에 한 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단 리콜은 자발적으로 이뤄졌더라도 그 자체가 품질 이슈다 보니 브랜드 가치에 부정적일 수 있는데 고급차일수록 그 영향이 클 것"이라며 "자동차 업체들이 소비자 신뢰를 위해 확실한 품질 관리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마세라티 기블리 S Q4 저압연료호스 관련 리콜/사진제공=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