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中 '사드'로 분기 순이익 1조 깨졌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분기에 91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26일 밝혔다. 분기 순이익이 1조원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10년 IFRS(국제회계기준)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가 컸다.


현대차 (235,000원 ▲4,000 +1.73%)는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2분기 매출 24조3080억원, 영업이익 1조3445억원의 실적을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23.7%, 당기순이익은 48.2% 내려앉았다. 내수와 수출을 합친 2분기 총 판매대수는 110만8089대다.

이날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예상치)도 크게 밑돌았다.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25조3392억원, 영업이익 1조5281억원이었다.

◇2분기 中판매 62% 급감..美도 수요감소=현대차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악화한 주된 이유는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사드 반한감정'으로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지 자동차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한 것도 판매량 저하에 영향을 줬다.

승용차와 상용차(트럭 등)를 합쳐 공장 출고 기준으로 현대차는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1만4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30만5000대) 대비 무려 62.6%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 중국 시장에서 32만1000대를 판매, 전년 상반기(54만6000대)와 비교해 41.2% 판매가 줄었다. 현대차는 작년 연간 중국 시장에서 118만100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베이징자동차와 50대 50의 합작 회사인 베이징현대를 운영 중이어서 중국 내 차량 판매 및 수익은 영업 외 이익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중국 실적 부진은 영업이익이 아닌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에만 반영됐고, 그 결과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두번째로 큰 해외시장인 미국 시장 역시 판매가 저조했다. 현대차는 출고 기준 2분기 미국에서 9만6000대를 팔았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 줄어든 수치다.

◇하반기 SUV 판매 확대·현지 맞춤형 신차에 주력=현대차는 하반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1회 충전에 390㎞를 주행하는 '코나' SUV의 전기차 모델을 내년 상반기에 내겠다고 밝혔다.

최병철 현대차 부사장(재경본부장)은 이날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달 출시한 소형 SUV 코나는 이달 말이면 누적 계약 대수가 1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크레타에 이어 글로벌 SUV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 수소전기차 전용 SUV와 코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코나 전기차의 경우 1회 충전 주행거리 390㎞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은 사드 문제가 단기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지 맞춤형 전용 신차와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해 판매를 확대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중국에 현지 전략형 SUV인 신형 ix35(투싼급)와 신형 소형 세단을 차례로 선보인다. 또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인 올 뉴 쏘나타와 위에동 전기차도 올해 중국 시장에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으로 하고 인센티브를 낮출 계획이다. 상반기 현대차의 미국 내 인센티브는 대당 2800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재고 기간도 3.7개월에서 3.9개월로 늘었다. 최 부사장은 "하반기에도 자동차 수요가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무리한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두고 인센티브 및 재고 안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