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 맨 현대·기아차, 10년 만에 R&D투자 줄였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10년 만에 R&D(연구개발) 투자를 줄였다. 지난해는 실적 악화 속에서도 R&D 비용을 늘렸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줄이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15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7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총 R&D 비용은 1조70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줄었다. R&D 비용 상승세가 꺾인 것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상반기 각각 9953억원, 7066억원을 R&D에 사용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현대차는 100억원, 기아차는 734억원이 줄었다. 상반기 실적이 더 악화된 기아차의 R&D 투자 감소율(9.4%)이 더 컸다.

현대·기아차의 R&D 집중도(매출에서 R&D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는 2.3%로 지난해 말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경쟁사의 R&D 집중도가 4~6%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중장기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늘려왔다. 지난해는 실적악화 속에서도 역대 최대의 R&D 투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속되는 경영환경 악화로 10년 만에 R&D 투자가 감소세(상반기 기준)로 돌아섰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각종 관리비도 줄였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관리비는 4조 612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5% 줄었다.

그만큼 내외부 환경이 안좋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3193억원을 기록, 지난해보다 34.3%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당기순이익(1조1550억원)이 34.8%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는 미국과 중국 시장 부진이 주요 이유다. 올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법인은 각각 2454억원, 1358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중국법인의 경우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3214억원의 지분법이익을 거뒀지만 올해는 1109억원 손실을 봤다.

경영 악화로 R&D 투자는 감소했으나 성과는 꾸준히 내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현대·기아차가 국내외에서 보유한 특허권(디자인 제외)은 3만2422개로 지난해 말보다 1989개(6.5%) 늘었다. 자율주행·친환경 부문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올 상반기 순이익(1조2440억원)이 24.3% 급감한 현대모비스가 실적악화 속에서 R&D 투자를 늘린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대모비스는 상반기 R&D에 3676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보다 417억원(12.8%) 증가한 수준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R&D 부분에서 협조 체계가 구축돼 있다”며 “현대모비스의 연구비용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실제 R&D 비용 감소 폭은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8월 15일 (16:05)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