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수사팀 "의문의 120억원 '성격' 규명 최우선"

다스 수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 / 사진=뉴스1

이른바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세간의 의혹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 받는 검찰 전담팀이 '120억원 횡령금' 수사에 우선 집중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자동차 시트부품 생산업체 '다스'(DAS) 수사와 관련해 과거 불거진 120억원의 성격을 밝히는 게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다스 횡령 의혹 관련 고발 사건 수사팀'의 팀장을 맡은 문찬석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수사팀의 공식 출범일인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문 팀장은 '다스 수사의 최종 목적지는 누구냐'는 질문에 "120억원 정도의 돈이 '개인의 횡령이냐, 회사가 조성한 비자금이냐'는 의혹이 있기 때문에 고발 사건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7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검찰에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다스 실소유주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차명계좌를 이용해 12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고 고발했다.


수사팀은 이번 주 내로 고발인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문 팀장은 "고발인 접촉을 하고 있다"며 "당장 할 수 있으면 내일이라도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2008년 특검 수사 결과와 달리 120억원 횡령금의 성격이 회사 차원의 비자금으로 확인되면 수사는 확대될 전망이다. 17명 명의의 40여개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은 현재로서는 다스의 실소유주 관련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에서 한다고 선을 그었다. 문 팀장은 "(회사 비자금으로 드러나면) 수사 폭이 확대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면서도 "다스 실소유주 부분은 서울중앙지검에서 하는 것으로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다스 수사팀은 팀장과 부팀장(노만석 인천지검 특수부장) 외에 검사 2명, 수사관, 회계와 자금추적 분야 전문인력 등 10여명 규모로 구성됐다. 검사만 30여명에 달하는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특수수사팀 등 다른 사회적 관심 사건 수사팀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내실을 다졌다. 팀장인 문찬석 차장검사는 시세조종분야 전문가인 '블랙벨트' 1호 검사이고 나머지 검사들도 특수수사통으로 구성됐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정호영 특별검사가 수상한 계좌 내역을 확인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정 전 특검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도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 수사팀은 해당 혐의의 공소시효가 당시 특검 수사가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내년 2월 21일로 다가온 만큼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문 팀장은 "당시 특검에서 개인의 횡령으로 결론 내린 것이 맞는지, 비자금 조성 경위와 계좌내역을 확인하고 미진한 내용이 있으면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다스 수사팀 구성은 BBK 특검 당시 정 전 특검팀에 파견됐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전 특검팀의 직무유기 혐의를 살펴봐야 할 수사팀이 윤 지검장 지휘 아래 있다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BBK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이날 오전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주 기자는 2007년 BBK 주가조작 사건 취재를 시작으로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수차례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1일에는 이 전 대통령의 '집사' 노릇을 했다는 김모씨를 인터뷰해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검찰은 김씨와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행정관을 조사하는 등 기초조사를 진행 중이다.

당시 주가조작 피해자(투자자)들은 이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손해배상금 140억원을 역시 BBK에 투자했던 다스가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먼저 가져가도록 해 결과적으로 이를 가로챘다고 주장한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난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