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집중' 현대·기아차, 판매실적 기준도 바꿨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을 앞둔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스1

현대·기아자동차가 판매실적 집계 기준을 공장출고에서 법인(도매)판매로 바꾸며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다. 공장에서 출고된 양보다는 실제 딜러에 판매되는 양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경영체계를 갖춘 후 판매실적 기준을 바꾼 것은 처음이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현대·기아차 판매집계 기준은 생산법인 공장출고에서 현지 법인판매로 바뀐다. 2001년 판매실적 공고 이후 첫 집계 기준 변화이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지난 2일 발표한 2017년 연간 판매실적부터 법인판매 기준으로 계산했다. 지난달 11월까지 발표한 해외 판매량과 비교하면 소폭 차이가 있다. 올해 현대차 (235,000원 ▲4,000 +1.73%)와 기아차 (110,400원 ▼1,800 -1.60%)가 각각 올해 판매목표로 제시한 467만5000대와 287만5000대도 바뀐 판매기준이 적용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의 확립이 올 경영목표 중 하나인 만큼 공장출고가 아닌 현지 법인판매 기준으로 집계기준을 바꿨다"며 "2000년대 이후 현재 글로벌 경영체계를 갖춘 뒤 집계기준 변화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의 확립을 통해 판매 생산 손익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도 시무식에서 '수익성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자동차 판매실적 집계 방식은 크게 △공장출고 △법인(도매)판매 △딜러(소매)판매 등 3가지로 나눠진다. 공장출고는 공장에서 출고된 차량, 법인판매는 해외 법인에서 딜러에게 판매한 차량, 딜러판매는 딜러가 소비자에게 판매한 차량을 뜻한다.

이 중 회사 수익과 직결되는 판매량은 법인판매이다. 공장출고는 실제 판매되지 않은 상태로 해외법인이 현지 딜러에게 차량을 판매해야 현대·기아차의 수익(매출)이 확정된다. 딜러판매는 회사의 수익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

특히 기존 공장출고 기준은 출고 후 현지법인에서 대기하며 생긴 재고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실제 2016년 현대·기아차 해외판매를 보면 공장출고량이 법인판매량보다 약 8만5000대나 많다.

법인판매로 기준이 바뀐 만큼 현지법인은 재고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과 중국시장 부진으로 재고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글로벌 MOS(재고보유일수)가 현대차는 2.2개월, 기아차는 3.2개월에 달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판매집계 기준의 변화가 재고를 줄이고, 수익성 위주로 회사 운영을 재편하는 효과를 갖고 올 것으로 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매기준으로의 목표 변경은 일찌감치 실행했어야할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1월 3일 (17:08)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