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 선 정의선, "미래車 하려면 제대로 해라"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프레스 컨퍼런스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미래차) 하려면 제대로 하려고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차 (235,000원 ▲4,000 +1.73%)그룹 미래 전략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자동차 기업이라는 '기본'에 집중하며 미래 먹거리를 착실하게 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스타일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정 부회장은 기자들을 만나 "(미래 준비를) 하려면 제대로 하려고 한다"며 "카셰어링이든 헤일링이든 실속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하게 다른 기업을 쫓아가기 보다는 현대차의 내실을 다지며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현대차가 수소전기차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것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는 정 부회장의 철학이 담겼다.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공개하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안 되면 ‘슥’하고 (사업을) 접으면 내부 손실이 크다"며 "지킬 수 없는 것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 하면 안 된다"는 평소의 생각을 나타냈다. 자동차 기업은 '자동차(운송수단)'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 이기상 전무, 현대디자인센터장 루크 동커볼케(Luc Donckerwolke) 부사장,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담당 양웅철 부회장, 오로라 크리스 엄슨(Chris Urmson) CEO,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수소전기차 넥소(NEXO)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자율주행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정 부회장은 "(CES를 둘러보니) CD가 없어지는 것처럼 몇 년 후에 보면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것 같다"며 "자동차가 등장하며 말이 없어진 속도로 (기존의 자동차 산업도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솔린·디젤엔진에서 전기차·수소전기차로 바뀌면 일하는 방식이 많이 바뀔 것"이라며 "먼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며 변화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는) ICT기업보다 더 ICT를 잘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현대차의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ICT 기업으로 변화는) 내부적으로 힘들이고 있는 과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가 R&D(연구·개발)을 잘 하지만 역사가 짧다"며 "우리는 항상 글로벌 기업을 쫓아야 했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지름길로 정답만 찾아오는 방식을 택했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미국, 유럽 자동차 브랜드처럼 내부에서 R&D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실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한미FTA 재협상도 상품을 잘 갖추면 문제가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현대차의 장점으로는 ‘품질’을 꼽았다. 정 부회장은 "품질에서 (현대차가) 장점을 갖고 있다"며 "다만 포르쉐 정도의 품질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차는 ‘포르쉐 911’으로 그는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중국 시장 부진 등으로 경영 상황이) 굉장히 심각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 조직을 중국으로 옮기면서 현지상품 개발까지 나선 만큼 내년부터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부회장은 내년 중국 시장에서 90만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