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장난감 마니아, '더미 아빠'되다…"車안전전도사 자부심"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한국GM 차량충돌시험팀 장승원 차장. /사진제공=한국GM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안전 성능 점검을 위해 거치는 필수코스가 바로 '충돌 시험'이다. 차가 반파(半破)되기도 하는 이 위험한 시험에 사람이 직접 탈 순 없다.

그래서 인간 대신 자동차에 탑승해 상해 정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마네킹이 바로 '더미'(Dummy·인체모형)다.

여러 조건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더미도 남성·여성이 따로 존재하며, 유아부터 성인까지 연령대별로 다양하다.

장승원 한국GM 차량충돌시험팀 차장은 4년째 더미(인체 모형) 검·교정실에만 근무하며 각기 다른 특성의 더미들을 꼼꼼히 관리해 와 '더미 아빠'라는 별명이 붙었다.

더미가 탑승한 차량을 충돌시켜 결과를 측정하고, 더미의 상태를 확인한 뒤 부서진 파트를 재조립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장 차장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레고나 이른바 '프라모델' 조립식 장난감 만들기를 좋아했는데, 취미를 업무로 발전시킨 이상적 케이스다. 여기에 '자동차 안전 전도사'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느낀다.

"많은 종류의 더미를 다루다 보면 과거 '조립식' 부품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안전한 차량을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테스트를 하곤 하죠. 더미 하나하나가 고가이다 보니 꼼꼼한 검·교정 시험을 통해 더미 상태를 확인한 후 재사용합니다."

일반 정면충돌 시험에 쓰이는 성인 남성 더미의 가격은 약 1억~2억 원선. 최근 신차 안전도 평가 측면 충돌 시험에 새로 적용된 '월드 SID' 더미의 경우 각종 센서와 소형 데이터 계측 장비가 탑재돼 무려 7억 원에 이른다.

현재 한국GM 인체 모형 검·교정실에서는 약 23종류 60여 개의 인체 모형을 보유 중이다. 부분적인 형태의 더미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더미 작업은 인체 모형에 인격을 불어넣는 것과 다름없죠. 예전에 더미 수가 적을 때는 하나씩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어요. 시험이 끝나면 일일이 정성 들여 손으로 목욕시켜주는 일도 필수예요."

각종 법규 및 신차평가 시험에서 인체 모형 검·규정 시험이 이뤄지는 장소의 온도와 습도를 각각 20~22도, 10~70%로 규제하고 있어 한여름에도 실험실 안에선 늘 겨울 점퍼를 입고 작업한다.

"쉐보레 스파크·말리부 등이 국내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입증을 받는 데 일조해 보람을 느낍니다. 보다 안전한 차량이 개발되고 부득이하게 사고 발생 시 조금이라도 소비자의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다면, 더미 담당자로서 가장 큰 기쁨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