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3조 기술투자한 한국GM, 기술수익은 4770억뿐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한국GM이 최근 5년간 연구개발비에 들인 돈이 3조원에 이르지만 기술지원(라이센스) 수익은 477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회사 규모가 작은 르노삼성자동차의 기술지원 수익의 60% 수준이다.

업계는 한국GM이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으나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개발은 한국GM이, 성과는 GM 본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한국GM 경영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일 한국GM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2~2016년 이 회사가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총 2조9929억원이다. 모두 매출원가에 포함됐다. 한국GM의 매출원가 비중이 93%(2016년 기준)로 높은 것에는 연구개발비용의 영향이 크다.

5년간 3조원의 비용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했으나 같은 기간 한국GM이 기술제공(Licensor)으로 받은 기술지원 수익(수출매출)은 4772억원에 불과하다. 연평균 1000억원이 안된다. 2005~2010년 연평균 2000억원이 넘던 기술지원 비용은 2016년 361억원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한국GM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기술개발에 나섰으나 이에 대한 성과가 글로벌 GM에 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GM이 가진 신기술이 없다 보니 기술지원 수익이 계속 감소한다는 것이다. GM의 유럽 철수도 기술지원 수익 감소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GM의 기술지원 수익은 매출 규모가 절반 정도인 르노삼성보다 적다. 르노삼성은 연구용역 명목으로 닛산 북미 법인 등으로부터 지난 5년간 7990억원을 받았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이 닛산과 르노에 지급한 연구비는 7205억원로 차액이 785억원 밖에 나지 않는다. GM의 연구개발 정책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는 ‘볼트 EV’를 보면 연구개발과 생산(성과)의 불공평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순수전기차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볼트 EV’는 한국 디자인스튜디오와 연구소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차종이다. 특히 한국GM 소속의 스튜어트 노리스 디자인본부 전무가 디자인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볼트 EV’는 현재 미국 오리온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볼트 EV’ 11개 부품을 공급하는 LG전자의 공장도 인천에 있어 한국이 오히려 부품 수급에서는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한국GM 노조에서는 꾸준히 ‘볼트 EV’와 같은 차세대 차량을 배정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소형차 생산기지이고, 볼트 EV를 개발했으면 한국GM에서 생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연구개발비가 큰 것보다는 연구개발의 성과가 한국GM에 제대로 귀속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3월 2일 (16:2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