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더블스타에 매각…노조 반대하면 법정관리

산업은행 이대현 수석부행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KDB산업은행(산은)이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중국 더블스타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다만 노동조합의 동의가 없으면 더블스타가 돈을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노조가 해외매각 반대를 고수할 경우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더블스타가 투자자로 참여하는 주당 5000원, 총액 6463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증이 이뤄지면 더블스타는 지분 45%를 보유한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가 되고 채권단 지분은 기존 42%에서 23.1%로 감소한다.


유증을 통한 매각을 논의하면서 더블스타는 3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채권단은 최대 2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하며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각각 3년과 5년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특히 더블스타는 ‘5년’ 또는 ‘채권단이 모든 지분을 매각할 때’까지 최대주주를 유지하기로 했다. 산은은 정부의 대주주 변경 승인과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문제 정리,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채권 만기 연장 등을 논의해 올 상반기 내에 유증을 통한 최대주주 변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금호타이어 노사의 자구계획안 동의가 매각의 전제조건이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노사의 자구안 동의가 더블스타로 매각의 필요조건”이라며 “더블스타도 노조가 반대하면 (금호타이어에) 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수석부행장은 더블스타와 협상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부 내용을 공개하는데 대해 “외부자본 유치 과정에 대해 ‘채권단 밀실회의’라는 비판이 있어 이해관계자들에게 더블스타의 존재를 알리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게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 “한국타이어는 56년, 넥센타이어는 26년 무분규를 자랑하는데 유독 금호타이어는 노사갈등이 잦은데 이는 뿌리 깊은 노사의 불신 때문”이라며 노조의 협조를 구했다.


채권단은 이달 말 돌아오는 금호타이어 채권 만기 이전까지 노사의 자구안 합의를 설득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노조는 3~4일 부분파업을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23일로 계획했던 총파업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GM에 팔린 한국GM, 중국 상하이차에 팔린 쌍용차의 전례에 비춰볼 때 해외매각은 ‘먹튀’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간부들은 이날 고공농성에 돌입하며 “해외매각 철회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 자구안을 백지화하고 총파업 등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끝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반대하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를 피하기 어렵다. 산은은 더블스타 외 다른 잠재 투자자와도 협상도 진행했지만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금호타이어가 임직원 급여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불발될 경우 법정관리 외에 대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수석부행장은 “노조가 반대한다면 달리 대안이 없다”며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