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과 GM '힘겨루기'…차등감자 대신 비토권 기준 완화가 대안

한국GM 노사가 23일 자구계획안에 잠정 합의함에 따라 GM과 KDB산업은행(산은)의 금융지원, GM과 정부간 재정지원 논의도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노사간 자구안 합의가 이뤄져야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한국GM 노사간 협상과 달리 정부 및 산은과 GM측 협상은 의견 접근이 많이 이뤄진 상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산은은 GM을 상대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상당히 진지하게 논의했다”며 “산은을 통한 금융지원, 정부의 재정 측면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얘기가 많이 됐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및 산은과 GM간 협상은 이르면 다음주 내에 최종 타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및 산은과 GM측 협상에서 최대난제는 한국GM에 대한 ‘올드머니’(기존 부채) 해소와 ‘뉴머니’(신규 자금) 투입 방식이다. GM이 28억달러(약 3조워) 규모의 올드머니 출자전환에 따른 대주주 차등감자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산은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은 17.02%다. GM이 올드머니 3조원을 출자전환할 경우 산은의 지분율은 1% 미만으로 떨어진다. 산은은 지분을 15% 이상 확보해야 ‘보통주 85%의 찬성’으로 가결되는 한국GM의 특별결의사항에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산은이 약 20대 1의 대주주(GM) 차등감자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이에대해 GM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GM 주주들이 차등감자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은 수용할 수 없다며 GM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어 GM 경영진은 차등감자를 끝까지 거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최근 “차등감자는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라며 순탄치 않은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와 금융권 일각에선 차등감자 대신 비토권 행사 기준 완화를 GM에 요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는다. 한국GM의 특별결의사항 가결 요건을 ‘보통주 100%의 찬성’으로 바꾸면 산은은 1% 미만의 지분으로도 비토권을 유지할 수 있고 GM은 차등감자를 피할 수 있다.

GM과 산은은 이미 비토권 행사 기준을 완화한 경험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GM의 실적이 악화하자 GM은 2009년 10월에 4900억원 규모의 단독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결과 산은은 지분율이 29.9%에서 17%로 떨어져 당시 지분율이 25% 이상이어야 확보할 수 있는 비토권도 상실했다. 이는 양측의 법적 분쟁까지 초래했지만 이듬해 12월 비토권 기준을 현재의 ‘지분 15% 이상’으로 낮추는데 합의하면서 해결됐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출자전환으로 한국GM의 지분 99% 이상을 확보해 책임경영을 하고 산은에는 비토권을 부여해 일방적인 철수 등 돌발변수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을 준다면 ‘한국에 남고 싶다’는 GM의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정부와 산은이 약속했던 5000억원의 뉴머니 외에 추가 자금을 투입해 한국GM의 사업기반을 확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GM의 신차배정 결과 설비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등 경제활성화 효과가 나타난다면 산은도 추가 투자의 명분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안은 GM이 출자전환은 하되 차등감자를 하지 않고 뉴머니를 GM은 대출로, 산은은 출자로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는 산은이 15% 이상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한국GM으로선 새로운 GM본사 대여금에 따라 금융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특히 GM과 산은의 뉴머니 투입 방식은 ‘동일해야 한다’는게 산은의 입장이다.

일부에선 GM이 올드머니를 우선주로 출자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GM으로선 차등감자를 피해 자산가치 훼손을 막을 수 있고 산은으로선 지분율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이다. 하지만 GM의 수용 가능성이 낮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선주는 의결권 대신 배당 이익이 높다는 게 장점인데 현실적으로 한국GM에선 당분간 배당을 기대할 수 없다”며 “GM 입장에선 차등감자와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