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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대 은행, '입찰서류 바꿔치기' 2조 대출 수주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 가락시영…비정상적 사업추진으로 조합원들 큰 피해

MT only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입력 : 2017.07.07 06:03|조회 : 9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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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은행이 2012년 3월9일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조합 집행부에 ‘이주비 등 대출 금융제안서’(좌)를 냈다가 제출기한을 넘긴 3월12일 '3월9일' 날짜가 찍힌 새 제안서(우)로 바꿔치기를 했다.
A은행이 2012년 3월9일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조합 집행부에 ‘이주비 등 대출 금융제안서’(좌)를 냈다가 제출기한을 넘긴 3월12일 '3월9일' 날짜가 찍힌 새 제안서(우)로 바꿔치기를 했다.
MT단독4대 시중은행이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의 2조원대 대출 일감을 따내는 과정에서 '입찰서류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은 재건축 조합 집행부와 결탁해 입찰서류의 내용을 슬쩍 고치고 그 대가로 대출 실적을 올렸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비정상 선(先)이주가 진행됐고 조합원들은 피해를 입었다.

국내 대표 은행들이 이자수익을 늘리려고 문서변조 등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본지가 입수한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가락시영) 조합의 내부 자료와 집행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은 2012년 3월9일 조합 측에 '이주비 등 대출 금융제안서'를 냈다가 제출기한을 넘긴 3월12일 새 제안서로 바꿔치기를 했다. 새 제안서에는 '3월12일'이 아닌 '3월9일'로 날짜가 적혔다. 집행부는 '바꿔치기'를 용인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 집행부가 원하는 쪽으로 대출조건이 변경됐다. 기존 '관리처분인가(2015년 1월27일) 이후 이주비 대출 가능'의 조건이 새 제안서에서는 지워졌다. 인가 전에도 이주비를 대출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선이주를 추진하던 조합 집행부는 은행들(KEB하나은행 포함)에 2012년 7월24일 2조1000억원가량의 이주비 대출(사업비 대출 포함) 일감을 줬다.

KEB하나은행도 다른 4개 은행과 함께 일감을 수주했지만 '바꿔치기'는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관리처분인가 전에도 대출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재건축 관련 업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바꿔치기'를 한 은행 4곳에 입찰방해, 문서변조 등의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동시에 제안서를 내고 또 일제히 바꿔치기를 한 점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찰서류 바꿔치기 자체도 비정상적이지만 이 때문에 가능해진 선이주 역시 비정상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선이주는 도시정비법 등 관계 법령의 취지에 맞지 않다. 선이주란 말 그대로 분담금이 확정되기도 전에 이사부터 하는 셈인데 조합원들이 재산 피해를 입을 위험이 크다. 이주를 먼저 하고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들어가면 예상보다 높은 분담금이 제시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혹여 사업추진이 지연되면 그만큼 이자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결국 2012년 선이주는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줬다. 조합원들이 입은 피해는 1300억원가량(2008년 1차 선이주 제외)이라는 게 조합 안팎의 계산이다. 선이주로 지불된 총 이자에서 정상 이주를 가정했을 때의 총 이자를 뺀 금액이다.

당시 조합 집행부에서 실무를 맡았던 전직 간부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어떻게든 일감을 따려는 은행과 사업 반대 세력을 분산시키려는 조합 집행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입찰서류 바꿔치기', 선이주로 이어졌다"고 폭로했다.

서울시는 2012년 8월2일 뒤늦게 "최근 기본절차를 무시한 선이주가 종용되는 재건축 사업장(가락시영)이 있어 조합원의 재산피해가 우려된다"며 송파구청을 통해 선이주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조합 집행부는 같은 달 선이주를 강행했다.

선이주 계획에 반대했던 전직 한 조합 임원은 "조합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집행부 내 일부 사람들과 함께 선이주를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검은 선이주 문제와 관련해 수차례 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배임 혐의로 조합장 등 집행부를 수사 했지만 매번 증거가 충분치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이주 과정에서 은행들의 입찰서류 바꿔치기가 드러나면서 관련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5개 은행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담당자가 이미 퇴직했거나 기억이 안난다는 이유로 모두 "그때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시 집행부에 속해 있던 조합 감사 B씨도 "구체적으로 파악되는 게 없다"고 답했다.

가락시영은 단일 기준 전국 최대 규모의 재건축 프로젝트다. 삼성물산 (134,000원 상승1000 -0.7%)현대건설 (39,200원 상승550 -1.4%), 현대산업 (36,000원 상승250 -0.7%)개발이 2018년 말까지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아파트 6600가구를 허물고 9510가구를 새로 짓는다. 사업비는 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

가락시영은 10년 넘게 내홍과 각종 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2003년 조합 설립 이래 조합장 김모씨(57·구속기소)에 대한 진정, 고소, 고발이 약 200건에 달했으며 진통을 겪은 탓에 착공은 2015년 10월에야 이뤄졌다. 업계 거물로 꼽히는 조합장 김씨는 지난해 뇌물 혐의로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돼 2심 재판 중이다.

김민중
김민중 minjoong@mt.co.kr

사건·사고 제보 바랍니다. 사회부 사건팀에서 서울남부지검·남부지법, 영등포·구로·양천·강서 지역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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