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포기안한 여당 "간절함의 승리"…여소야대 본격 '협치 시험대'(종합)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이번엔 웃었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처리에서다. 이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1표, 무효 3표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예측불가"를 되뇌이며 걱정하던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환하게 웃었다.

◇“표결처리 예측불가...낙관은 금물”= 김 후보자에 대한 극적인 인준 성공은 지난 11일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본회의 부결에서부터 비롯됐다. 당시 민주당은 예상치 못한 임명동의안 부결에 충격에 휩싸였다. 부결된 뒤 민주당은 반대표를 던진 야당을 향해 "땡깡 부린다", "적폐연대"라며 비난했다.


야당이 김명수 후보자 인준에 대해서도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여당은 전략을 바꿨다. 낮은 자세로 협조 요청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여당의 분위기 변화에 한 몫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하루 앞둔 17일 입장문을 내고 "인준 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날인 18일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사과를 요구한 국민의당에 직접 유감을 표명하면서 분위기는 점차 반전됐다. 이후 여당은 '절실함'으로 야당에 다가갔다. 추 대표는 국민의당 지도부와 만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설득에 나섰다. 우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하루 앞둔 20일 야당 의원들에게 '김 후보자 인준'을 호소하는 서한을 직접 인쇄해 전달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도 가까운 야당 의원들에게 '맨투맨'으로 다가가면서 투표 설득 작업을 벌였다.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민주당은 '표심'을 속단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결과는 알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확실한 숫자가 나오기 직전까지 예상을 함구한 '간절함'이 이번 김 후보자 인준에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대표는 "국회가 국민의 바람을 외면할 수 없다는 걸 오늘 제대로 보여줬다"며 "사법공백을 메워주신 국회의원 동료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도 "우리 헌정 민주주의사에 협치라고 하는 새로운 장을 연 승리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몸을 낮추고 우리사회 개혁과 민생위해 뜻을 함께하는 야당과 협치의 길을 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무기명 투표를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17.9.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與, 본격 '협치 시험대' 올라= 민주당은 진통 끝에 김 후보자 인준에 성공 집권여당으로서 자존심을 회복했다. 정기국회에서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후속 입법 등을 위한 정국 운영 동력을 다시 얻었다.

하지만 앞으로 국정과제 후속입법 등에서 국민의당 등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 구조는 변하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협치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김 후보자 인준을 반대한 야당의 반발을 달래는 것부터 과제다. 당내 일각에선 야당에 끌려다기보다 정면돌파 전략으로 남은 정기국회 일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우여곡절 끝에 김 후보자 인준에 성공했지만 쟁점 법안 처리 등에서 여전히 국민의당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미 제안한 여야정협의체에 야당의 참여를 이끌어내야만 안정적인 국회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 인준 통과 직후 브리핑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명수 후보자 인준안 가결로 사법부 수장 공백을 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며 “앞으로 더욱 협치하고 소통하는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존재감 보인 국민의당, 머쓱해진 자유한국당 = 이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처리된 건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 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28표 내외의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부결 때와 달리 여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가결이든 부결이든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달렸었는데, 참 고심을 많이했다"며 “국민의당 의원들이 숱한 고뇌와 고민 끝에 감성을 누르고 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성적으로 지난 4개월 문재인 정부의 일방통행 국정, 말로만 협치에 대해 공감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감성을 눌렀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유감을 표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적 투표에 의해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해서 김 후보자의 여태까지 성향에 대한 부적격적인 여러 측면이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며 "대법원장으로서 공정한 인사, 사법부 독립성과 공정성에 흠이 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사법부 중립성 독립성 지킬수없음이 자명함에도 국회가 이를 막지못하고 가결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에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사법부의 정치적 편향을 국회가 방조한 것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사법부마저 정치화의 길로 접어든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