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리군요" 나이에 막힌 출마…'영입'되는게 답일까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자유한국당 중앙당사로 들어가는 기자의 모습. /사진=김지수 인턴기자

"혹시 고향이?" "경상북도 청도군입니다"

고향을 밝히는 순간 출마 도전할 당이 정해졌다. 자유한국당이었다. TK(대구·경북)는 자연스레 '보수'가 연관될 만큼 정치색이 강하다. 보수색이 강한 지역·정당의 문을 두드리기 쉽지 않았다. 이들에게 청년은 뒷전이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의외로 한국당은 청년들을 끌어들여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당내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의 청년정책센터를 주축으로 △Be정치회담 △아무말대잔치 등 청년을 키우는 움직임이 존재했다.

용기를 내 중앙당에 접근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 가능성과 취재를 함께 요청하자 중앙당 내 부서들은 다른 부서로 연락을 넘겨주기만 했다. 고향을 기반으로 한 경북도당으로도 전화해봤다. 하지만 도당 관계자로부터 "아직 공천 규정 등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중앙당에 연락해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선거를 앞두고 조심스러운 건 이해가 됐지만 도전자가 정보를 얻는 것부터 벽이 높았다. 이번엔 같은 당의 젊은 정치인에게 조언을 구해봤다. 이윤정(만 30세) 한국당 대학생위원장은 "먼저 지역구와 비례대표 중 어느 것으로 나갈지 결정하라"며 출마에 필요한 과정인 △전략 △팀 구성 △예산수립 △공천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그는 자유한국당에서 출마할 때 중요한 점으로 "우리 당의 주요 가치와 이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며, 이를 의정활동으로 구현할 명확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영(만 42세) 청년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고민하고, 지역에 기여하는 활동을 한 청년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선 '출마 불가'인 만 23세 도전자를 반기지 않았다. 경북도당 관계자는 "먼저 지역 활동부터 열심히 해 인지도를 높이라"며 "시민단체 활동 등을 통해 추후 당에 영입되는 코스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양정석 청도군의회 의장은 "지역정치를 하려면 어느 정도 연륜도 필요하다"며 "농어촌은 지역주민들이 어린 정치인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어리다'는 전제가 담긴 조언에 '나이'의 장벽을 절감했다. 현재 공직선거법에선 피선거권을 만 25세로 규정한다. 2000년대 들어 세 차례 관련 헌법소원이 나왔지만 헌법재판소는 "적어도 교육기본법이 정하는 정규의 학교교육으로서 유아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수료하거나 대체하는 직간접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는 연령에 도달해야 한다"고 기각했다.

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블로그를 통해 같은 해 5월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20세 여성 국회의원이 당선됐다고 홍보했다. 마리 블랙 하원의원은 당선 당시 기말고사를 앞둔 정치학 전공 대학생이었다. 이같은 배경엔 영국이 2006년 선거법을 개정해 피선거권 연령을 21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춘 것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당은 젊은 도전자에게 지역활동을 더 하거나, 영입되기 위해 스펙을 쌓아보라는 조언을 남겼다. '들어올 자리가 없으니 무모한 도전은 꿈꾸지 말라'는 한계를 정해준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