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들과 나누는 한여름 밤의 대화

지구과학자들에 따르면 100억년 전의 빅뱅(Big Bang)으로 지금의 우주천체가 생겼고, 45억년 전에 달이 생겨나 지금의 태양계 질서가 잡혔다고 한다. 그런데 만일 필자가 ‘달이 생겨난 시점이 45억년 전이 아니라 44억년 전’이라 주장한들 누가 여기에 대해 ‘명확히 틀렸다’고 굳이 대응할 이유가 있을까. 이렇듯 ‘1억년’이란 상상불가의 시간마저 장기판 말 쓰듯 하는 광대무변의 우주가 바로 호사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작동하는 지점이다.


돌을 갈아 연장을 만들던 신석기시대의 인류가 원자폭탄을 만들고 우주선을 보내는 지금의 문명을 이루는데 걸린 시간이 불과(?) 만년이다. 신석기 이전의 지구는 빙하기, 노아의 대홍수, 행성충돌 등 수많은 대재앙들을 가정한다고 해도 수만 년, 수십만 년의 평온함이 있었을 것이다. ‘만년’보다 몇 십 배 길었던 그 기간 동안 지금보다 훨씬 우수한 문명이 지구 상에 ‘발전했다가 사라졌다’는 저자 파토의 상상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이다.

파토에 따르면 사라진 초고대문명과 현대문명의 징검다리가 피라미드다. 구석기 시대라면 서로 다른 행성이나 다름없었을 이집트, 남미, 중국, 아프리카 등에 산재하는 피라미드의 불가사의한 건축학적 기술에 사라진 초고대문명과 우주인의 실체가 숨어있다. 피라미드를 설계한 것은 외계인들이었던 것이다.

행성간의 거리 상 화성과 목성 사이에 행성이 하나 존재해야 하는데 지금은 행성 대신 거대한 돌무더기 층이 존재한다. 이것들이 파괴된 행성 Z의 잔해다. 화성인과 행성Z인들은 1만 5백 년 전 ‘지구’를 놓고 전쟁을 벌였다. 행성Z인들은 인공기지 달을 띄워 화성을 초토화시켰다. 화성인들 역시 충돌 형 공격기지 이아페투스를 보내 행성Z를 파괴해버렸다. 그 충돌의 여파로 지구, 화성, 행성Z의 모든 것이 파괴됐고 이아페투스는 현재의 목성 쪽으로 밀려나 버렸다.

그런데 달과 이아페투스에 살아남았던 문명인들이 미개인으로 다시 시작하는 지구인들의 삶에 관여했던 증거가 현대문명으로도 세우기 어려운 피라미드와 아틀란티스 문명이었다. 이후 화성인과 연계된 모세의 출애굽, 거기에 대항하는 행성Z인들과 예수의 출현, 근대 혁명의 기수 프리메이슨, 빌더버그 클럽의 비밀정례회의 등으로 이어지면서 우주인들은 현재까지도 지구인들의 삶에 간섭을 하고 있다.


그러나 파토의 이런 상상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풍부한 사진들을 활용하는 흥미진진 속에 지구와 인류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과학다큐멘터리를 쓰기 위해 발동한 것일 뿐 목숨 건 신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태양계 연대기= 파토 원종우 지음. 유리창 펴냄. 320쪽. 1만 8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