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책통] '앱 제너레이션'을 어떻게 설득할까?

한국만의 고유한 장르인 ‘웹툰’이 이제 ‘앱툰’으로 옮겨가고 있다. 앱툰이란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만화다. 몰입도가 장점이었던 종이만화가 스크롤을 내려서 읽는 웹툰으로 옮겨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다시 한 컷씩 빠르게 넘기며 보는 앱툰이 대세란다. 그 덕분에 만화의 이야기성이 사라지고 자극적인 재미만 추구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런 변화에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다.


일본의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는 만화 50%, 잡지 30%, 서적 20%의 매출구조다. 3위 안에 드는 슈에이샤나 쇼각칸도 비슷하니 주요 3사의 매출 중 절반을 만화가 차지한다는 이야기다. 또 휴대전화로 내려 받아 보는 전자책의 85% 이상이 만화다. 그것도 BL(Boy’s Love)이나 TL(Teen’s Love) 같은 에로만화가 대부분이다.

모바일이 대세라는 이야기는 10년 전부터 나왔다. 그러니 앱툰이 대세인 것은 맞다. 그러나 무료라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만화 산업이나 만화 출판이 성장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출판이 살아남기 위해서 앱으로 모든 것에 쉽게 접근하는 ‘앱 제너레이션’(하워드 가드너, 와이즈베리)을 잘 설득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책에서 하워드 가드너는 ‘앱 주도형’ 인간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 “앱 때문에 게으르고 수동적인 인간으로 변한다면, 스스로 깊이 사고할 줄 모르거나, 새로운 질문을 던질 줄 모르거나, 의미 깊은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거나, 끊임없이 발전하는 성숙한 자아의식을 빚어 내지 못하는 인간”이 될 우려가 크단다. 하지만 그는 앱으로 인한 ‘심리적 노예’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디지털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 이를 가능하게 하는 교육의 변화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주간 ‘동양경제’가 작년 7월 27일자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0년 무렵부터 휴대전화를 이용하기 시작한 20대 후반의 ‘휴대전화 세대’는 인터넷으로 맺은 인간관계가 증가하고, SNS 이용자가 많으며,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동료의식이 강하며, 다른 사람과 협력을 잘하며, 현재에 만족하는 경향이 강하다.


스마트폰만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을 즐기는 20대 전반의 ‘스마트폰 세대’는 인터넷만으로 사귀는 친한 친구가 있으며, ‘얕잡아보는 시선’을 무척 싫어하며, 사회 공헌을 하고 싶어 하고, 옷이 다른 사람과 같아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절대 무리한 일을 하지 않으려는 이 세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을 지향한다는 특성이 있다.

같은 20대라도 이렇게 다르다. 어쨌든 앱 세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출판기획자는 이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이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책’을 내놓아야만 한다. ‘세월호 참사’를 스마트폰으로 접한 기간에 출판 매출은 크게 줄었다. 이 추락을 멈추게 하는 방안이 과연 있기나 할까? 그 방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앱툰부터 열심히 보아두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