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을 위하여

잘 생긴 고양이 한 마리가 앞치마(에이프런)를 두르고 우아하게 앉아 앞을 응시하고 있다. 그 앞에는 빈 접시에 포크와 나이프가 놓여있다. 고양이 옆에는 그를 애완하는 주인이 흰 가운을 입고 큰 칼을 든 채 서있다. 그들의 맞은편에는 닭, 오리, 양, 돼지, 소 등의 동물이 일렬로 정렬해 칼잡이로부터 선택 될 죽음의 운명을 기다리며 대책 없이 서있다.

애완용으로 길러지는 육식동물 고양이의 사료를 풍자한 한 컷의 삽화이다. 우리가 미처 도달하지 못했던 작가의 통찰이 섬뜩했다. 인간의 집에서 인간의 사랑을 받으며 길러지는 고양이가 더없이 얄미웠다. 다행히 고양이와 앙숙인 개가 정렬한 식사용 동물에서 빠진 이유는 단지 삽화의 작가가 서양인인 것이 이유로 보인다.


모든 동물들의 존재를 인간과 동일하게 여기는 동물병원장이 쓴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를 읽자면 그려지는 그림은 이렇다. 돼지고기 1kg을 만들기 위해서 돼지는 7kg의 옥수수를 먹는다. 쇠고기 1kg에는 11kg의 옥수수가 필요하다. 이를 삽화로 그리자면 옥수수가 돼지와 소라는 동물화 기계를 통과해 살코기로 변해 우리들 앞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들을 먹이는 옥수수는 화학적 질소비료의 개발 덕분이었다. 그러나 비료를 이용한 옥수수의 폭발적 증산의 이면에는 그 농사를 짓기 위해 들어가는 살충제, 트랙터, 경비행기 등 옥수수 밭 1에이커 당 약 50갤런의 석유가 소비된 결과다. 그러므로 '옥수수 생산=석유 소비, 환경파괴'와 밀접하다. 만약 석유 에너지가 고갈되면 옥수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뿐만 아니다. 우려해야 할 GM대두(유전자 변형 콩)의 문제점들도 끔찍하기만 하다. 이를 만들어 낸 회사는 베트남전에서 고엽제 후유증으로 악명을 떨쳤던 제초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생산했던 몬산토다. 그들은 이 제초제의 다이옥신이 인체와 생태계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숨겼던 전력이 있다.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마리-모니크 로뱅 지음. 이선혜 옮김. 이레 펴냄).


저자는 이런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원래는 인간과 자연이 우열적 진화에 따른 약육강식이 아닌 상생을 돕는 생태구조였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부터라고 한다. 인간의 탐욕을 줄이고 자연을 동일한 생명체로 대하는 '생태주의'에 눈을 뜨자고 한다. 답은 쿠바의 아바나에 있다.

눈만 뜨면 엽기적인 사건으로 인심이 흉흉하다. 나를 위해 나 이외의 모든 것을 밟고 서야 하는 각박한 사회를 개조하는 것은 나 외의 것들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따듯한 눈으로 미래의 세상을 보도록 배워야 할 중고등학생 필독서라 하겠다.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 박종무 지음. 리수 펴냄. 292쪽. 1만 7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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