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저항하며 세상을 바꾼 '위험한' 여성들

머니투데이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부장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의 작가 슈테판 볼만이 이번엔 22명의 여성을 '소환'했다. 활동분야도 다루고 국적도 다루고 이미 세상을 뜬 인물도 있다. 저자가 이들을 한꺼번에 소환한 명분은 '생각하는' 여자들이다.

작가는 생각하는 여자들 22명을 다시 나눴다. '반항하고', '힘을 갖고', '나를 쓰는', 그리고 '여자라서 가능했던' 일을 한 이들이다.

생각하는 여자들의 공통점은 획일성을 거부하는 모습이다. 이들의 삶은 그 자체가 치열한 전투다.

'선동자'라 할 만한 인터뷰의 대가 오리아나 팔라치를 비롯해 '은밀한 저항가'로 통하는 작가 수전 손택, '두려움 없는 힘'을 보여준 아웅 산 수 치, '예측불허의 힘'을 보여주는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새로운 낙태법을 만들며 '내 자궁을 대변한' 프랑스 보건복지부장관 시몬 베이유, 아프리카 밀림을 사랑하며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없는 태도'를 보인 제인 구달 등이다.

"억압하는 자에게 복종하지 않는 일이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기적에 부응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던 오리아나 팔라치. "네 품에 자유가 그냥 안겨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혁명은, 각자가 그것을 위해 기여할 수 있음을 인식할 경우에만 성공할 것이다"라고 말한 아웅 산 수 치. "우리의 최고의 순간은 스스로 고무되어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개인의 본질에서 찾을 수 있다"는 아인 랜드의 외침.

기자부터 작가, 철학자, 정치인, 법조인, 학자, 환경운동가. 다양한 분야의 이들 22명의 삶의 궤적을 쫒다보면 이들이 현실의 장벽 앞에서 어떻게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앞으로 나갔는지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이들이 겪은 시대보다 진보했고, 개선됐다고 말하는 환경에서 오히려 현실안주를 택한 다수 여성의 모습이 교차된다.

무엇보다 이들이 치러낸 혹은 치루고 있는 전투는 권력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아 자연스럽다. 이들은 작고 힘없는 것들, 자연과 동물을 끌어안고 평화를 추구했다. 그저 불편한 것, 부당한 것들에 대해 '생각한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냈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게임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 언제나 이기게 되어 있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발언은 기존 룰이 잘못됐을 수 있음을, 기존 질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관점과 태도다.

소환된 22명의 여성의 변을 듣는 동안, 비록 사진을 통해서 이지만 그들의 깊은 눈에 담겨있는 지난 삶의 여정을 들여다보는 동안, 종전 보다 조금 더 빨라진 심장 박동을 돌려놓을 수 없었다.

나도 위험한 여자이기를 꿈꾼다. 그러기에 저자의 충고를 한 번 더 새긴다. 나는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가. 특히 누군가가 "나의 생각은 위험해!"라고 했을 때 "그래? 누구에게 위험한데?"라고 되묻고 있는가이다.

저자는 그런 질문이야말로 나의 생각을 멈추고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무서운 장벽이자 최초의 저항이라고 경고한다. 이해관계가 분명한 사회에서 그 저항을 극복하려는 자세야 말로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가진 진정한 주체로 거듭나는 시작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사족 하나. 남자들이여 절대 속지마라. 여자는 결코 온순하지도 순종적이지도 않다. 누구보다 전투적이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욕망과 바꿀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종족이다. 그런 잠재력은 비단 여성의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닌 사회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으니, 그대들이 할 일은 여성을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인종차별이나 계급차별보다 더 명확하게 인간을 규정하는 것이 여자 아니면 남자라는 성적 차별. 이는 평생도록 가장 큰 운명의 걸림돌이기도 하다"는 알리체 슈바르처의 발언은 남성에게 던지는 숙제이기도 하다.

◇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 그리고 강하다 슈테판 볼만 지음, 김세나 옮김, 이봄, 300쪽, 1만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