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보는 '막장 뉴스의 시대'에 알아야 할 것들

누군가 “두 가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어떤 것부터 들을래?”라고 묻는다면 그건 애초부터 잘못된 질문이라 반박할 테다. 기억해보라.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 언제 있었는지. 대신 ‘덜 나쁜 소식’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조언하겠다.

이제 우리는 굳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요즘 뉴스는 그 어떤 스토리보다 더 극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대부분이 비극에 무척이나 가깝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분노하고, 슬퍼하며, 안타까워하는 데 익숙해졌다.


늘어나는 뉴스 매체의 수만큼 비극적 뉴스는 홍수처럼 쏟아진다. 범람하는 뉴스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아예 어떤 이들은 정신 건강을 위해 뉴스를 멀리 하기도 한다. 뉴스 과잉 시대의 혼란 현상 혹은 기피 현상.

바로 이 지점에서 ‘오지랖’의 대명사인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이 개입한다. ‘뉴스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최신작 ‘뉴스의 시대’(문학동네)를 통해서다.

책 표지에는 ‘뉴스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은 ‘아무 생각 없이 뉴스를 보는 이들’과 ‘뉴스를 멀리 하는 이들’, ‘뉴스로 혼란스런 이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하지만 책은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다. 베스트셀러 작가다운 약간의 현학적 표현은 독자에게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이 화려한 허세의 양념들을 걷어 내면 뽀얀 속살이 드러남을 알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보통 특유의 ‘깨알 같은 열정’이다. 그는 우간다 총리의 비리 의혹에 대한 뉴스가 왜 유부남 축구선수의 불륜 기사보다 인기가 없는지 검증하기 위해 우간다로 직접 건너간다. 이름도 알기 어려운 현지 총리를 만나 사진도 찍고 질문도 던진다. 그리고는 뉴스, 특히 해외 뉴스에는 예술가적인 디테일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총 292쪽의 책은 정치 뉴스, 해외 뉴스, 경제 뉴스, 셀러브러티 뉴스, 재난 뉴스, 소비자 정보 뉴스 등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다. 작가의 혜안과 성찰은 곳곳에서 빛나고, 이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이어진다.

첫 번째 목차 정치 뉴스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민주정치의 진정한 적은 다름 아닌 뉴스에 대한 적극적인 검열이라고 여기기 쉽다.(중략) 하지만 현대사회는 정치적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진을 빼는 데 검열보다 훨씬 더 교활하고 냉소적인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이 힘은 사람들 대다수를 혼란스럽고, 따분하고, 정신 사납게 만들어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일에 관여한다.”

어떤가. 과연 그렇지 않은가. 어지럽기 짝이 없는 정치 뉴스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정치 혐오자들이 양산됐는지 목격하지 않았는가.

보통이 뉴스를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은 적확하고 명쾌하다. 밑줄을 긋게 한 그의 문장들을 보자.

“언론은 대중의 무지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중략) 하지만 대중은 무지보다는 무관심으로 고통받고 있다.”

“매우 합리적인 해결 방안들이 저 바깥에 어른거리는데도, 결코 우연은 아닐 텐데, 우리는 뉴스를 통해 이런 방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전혀 없다.”

“뉴스는 우리를 겁주지 않을 때는 우리를 분노하게 하느라 분주하다.”

책의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책은 현대 사회 뉴스의 내면을 들여다 본, 일종의 철학서라 부를 만하다. ‘뉴스를 보며 이성적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힘’, 최소한 ‘뉴스에 속지 않는 힘’이 필요하다면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물론 뉴스 볼 시간을 독서에 넘길 의향이 있다면 말이다.

◇뉴스의 시대=알랭 드 보통, 최민우 옮김, 문학동네, 304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