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책통] 미래 인재의 조건

기술 발달이 놀랍다. 과거 100년에 걸쳐 일어났던 변화가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시대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1학년 학생이 4학년이 되었을 때 1학년 때 배운 것의 대부분은 낡은 지식이 되어버리고,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 중 80%가 소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장 근로자들은 2~3년 단위로 새로운 기술 지식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다. 더구나 10년 후에는 현재 지식 근로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해결해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고용 없는 성장'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기술 발달로 인한 기계화·자동화다. 기계화·자동화가 가장 진전된 일본에서는 로봇 한 대가 도입될 때마다 34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통계마저 나와 있다.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문미래학자인 최윤식과 문화평론가이자 출판기획자인 김건주가 공동 집필한 ‘2030 기회의 대이동’(김영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원래 기계는 인간 노동의 보조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근대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노동자에게서 일을 빼앗는 존재로 여겨지자 기계에 나막신을 던져 기계를 멈추게 하려는 ‘러다이트운동’이 벌어졌다. 근대는 이렇게 기계와 인간의 차이를 중시했다. 하지만 들뢰즈는 “인간은 개체가 아니라 여러 욕망의 다발로서 존재한다”고 규정하면서 “인간은 주체로서 ‘욕망하는 기계’로 존재”하며 “인간이 구성하는 사회도 하나의 거대한 기계”라는 입장이었다.

이제 인간은 기계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산업혁명 이후 20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인간은 기계가 없애버린 일자리 대신 기계로 인해 만들어진 새로운 일자리를 차지해야만 한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이 “체력이 아닌 손기술, 협동, 통찰력, 창의력 등을 요구받았던” 것처럼 이제 인간은 새로운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2030 기회의 대이동’의 저자들은, 새로운 시대는 ‘사람전문가’가 주목받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심리, 사람의 성향, 사람의 정서와 감정, 감성”까지 잘 이해하는, 인문학적 통찰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갖춘 사람을 찾는 기업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래 인재의 조건은 ‘SMART’다. SMART는 Sense(통찰력), Method(종합적·분석적 사고), Art(숙련된 지식과 예술적 상상력), Relationship(친밀한 관계), Technology(기술 지능) 등을 합한 것이다. 여기에 반드시 추가되어야 하는 것은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되튀어 오르는 능력, 즉 ‘회복탄력성’이다.


결론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보다는 일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에 요구되는 능력을 능동적으로 준비하라”는 말씀.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을 이해하는 기반지식인 인문사회과학에 깊이 빠져들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