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의 초콜릿박스]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우리 집 강아지 리트리버는 수영을 못한다. 수영 잘하기로 유명하다는 견종임에도 물에 들어가면 첨벙첨벙 온 동네 물을 다 튀기기 일쑤다. 작은 아이 코카스파니엘은 반대다. 물에 넣자마자 수영을 시작한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유유히.


사람들은 리트리버를 보며 “어머, 쟤 리트리버 맞아?”라며 놀려댄다. 그러면 난 보란 듯이 코카스파니엘을 투입해 보려 하지만 물을 싫어하는 코카는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그래서 수영장에선 어설픈 리트리버만이 첨벙거린다.

보통 두어 번이면 수영을 배운다는데 우리 리트리버는 여러 번 배웠음에도 아직도다. 좋아하는 걸로만 치면 일등인데 말이다. 만약 둘 중 하나만 수영선수를 시켜야 한다면 누굴 시켜야 할까? 잘하지만 싫어하는 코카스파니엘, 아니면 못하지만 즐기는 리트리버?

일전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성공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인다는 고민이 지배적이었다. 또 일단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성적에 맞춰 전공을 택할 것이라고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 확률이 더 크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것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택하곤 한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날 내가 학생들에게 한 조언은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해보자는 것이었다.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파악하고 분석하다 보면 어디까지가 욕심이고 열정이고 재능인지를 알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나서 막연히 되고픈 무엇이 아닌 모든 것을 다 걸고서라도 하고 싶은 그 무언가가 발견되면 그땐 망설임 없이 뛰어들라고. 아무리 현실의 벽이 높을지라도 내 전부를 걸만큼 좋아하는 무엇이라면 그 열정의 높이는 벽의 그것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아직은 뜨거운 꿈을 꿔야 할 아이들. 현실과 타협하기엔 너무나도 이르니 말이다.

우리 리트리버가 수영선수가 된다면 아마도 무던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수많은 좌절을 겪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비웃음도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열정이란 힘은 그토록 크기에.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또 다른 여름을 기다리는 리트리버는 내년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자면서도 연신 수영하듯 다리를 휘젓는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둘 중 한 녀석을 택해야 한다면 난 리트리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