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밥' 될건가 권력에 '칼'댈건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All the president’s men)>은 1974년 미국에서 출판되었다. 현직 대통령을 사임시킨 최초, 유일 사건인 ‘워터게이트’의 전말을 다룬 책이다. 1972년부터 2년간 미국을 흔들었던 ‘워터게이트’는 재집권을 노린 공화당 닉슨 대통령 주위의 참모들이 개입해 민주당 선거운동 캠프를 도청하려다 발각된 사건을 워싱턴포스트의 두 기자가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로부터 2년여 동안 목숨을 건 두 기자와 백악관의 ‘대결’이 시작됐으며 결국 ‘대통령의 모든 사람들’이 사건의 은폐를 위해 FBI의 수사를 CIA가 방해할 것을 논의하는 백악관의 녹음테이프가 결정적 증거(smoking gun)로 드러나면서 버티고 버티던 닉슨은 탄핵에 몰려 사임해야 했다.

‘워터게이트’는 닉슨의 퇴출, 관련 공직자들의 구속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정치와 언론 시스템을 ‘워터게이트 이전과 이후’로 나눌 만큼 크게 영향을 미쳤다. 1972년 6월 18일 워싱턴포스트 1면에 이 사건을 최초로 보도했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에게는 미국 언론인들의 노벨상이라는 ‘퓰리처 상’이 주어졌다. ‘받은’ 게 아니라 ‘주어진’ 것에 주목하자. 특종 당시 우드워드는 입사 9개월 차로 음식점의 위생 상태나 다루던 28살 풋내기였고, 번스타인 역시 대학을 중퇴한 29살 청년 기자였다.

책에는 두 기자와 함께 주인공이 한 사람 더 등장한다. ‘딥스로트(deep throat)’로 불리는 막중한 지위의 내부고발자다. 저자들은 책의 서면에 ‘위험을 무릅쓰고 비밀 정보를 제공한 백악관과 그 밖의 다른 곳에 있는 대통령의 또 다른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그들이 없었다면 워터게이트 보도는 없었을 것이다’고 기록함으로써 자신들 만의 공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사건의 내막을 풀어가는 서술 방식이 또한 독특하다. 단순한 르뽀 형식을 벗어나 3인칭 주인공과 대화체를 섞는 구조로 엮음으로써 공포소설이나 탐정소설처럼 박진감이 넘치도록 했다. 전문용어로 ‘창조적 논픽션 (Creative nonfiction)’이라고 하는 것 같다.


서울대 송호근 교수의 ‘불길한 망국 예감’이란 제목의 칼럼에 누리꾼들이 반응이 뜨겁다. 지금 상황이 구한말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어떤 논설위원은 <조선의 못난 개항>이라는 저서를 통해 나라와 백성의 안위보다 자신들의 영화만을 추구하다 조선을 말아먹었던 고종과 측근들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딱 지금이 ‘기자들이 살아야 나라와 국민들이 살 때’가 아닌가 싶다.

◇워터게이트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밥 우드워드, 칼 번스타인 지음. 양상모 옮김. 오래된생각 펴냄. 496쪽. 1만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