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주나

거대한 자본과 싸워야하는 힘없고 약한 노동자의 삶을 추적하는 일은 불편하다.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하고,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구원의 손길 한번 잡아볼 수 없는 처절한 현실이 그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의미와 방향성을 잃어버린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묵묵히 이어가는 일, 그것은 그들에게 남겨진 숙제만이 아닌 우리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카트’는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억울한 해고를 다뤘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지만, 하루하루 노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희망 한자루씩 안고 사는 이들. 누군가는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야하고, 누군가는 하루라도 벌지 않으면 생존권이 위협받을 지경이다.

선희(염정아)도 그 중 한명.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한 덕에 정규직 전환이 코앞이다. 아들 태영(도경수)에게 스마트폰도 바꿔주겠다고 시원하게 약속한다.

어느 날 회사는 직접 고용을 회피하는 방식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용역업체로 넘기려고 한다. 용역업체에 가지 않으면 당장 거리에 나앉게 된 마트 직원들은 싱글맘 혜미(문정희), 수십년 간 청소를 하던 순례(김영애)를 중심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조합만 결성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던 그들앞에 놓인 현실은 아무리 노력하고 투철한 의지로 대항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껴안고 있는 가족의 삶은 더욱 더 처참해진다. 급식비를 낼 수도, 수학여행을 갈 수도 없는 아이들이 결국 선택하는 길은 단 돈 몇푼 벌어보려고 뛰어든 아르바이트 현장. 그곳에서의 삶도 결코 녹록치않다.

영화는 일자리 하나로 안정적인 가족을 ‘운영’해보려는 서민들의 삶이 작은 대항 하나로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 마치 생중계하는 듯하다. 구걸보다 자존심, 큰 불행에 놓이기보다 작은 행복을 찾기위해 좇은 의지조차 짓밟히는 현실은 과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인지 되묻게 만든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가난만 얻은 게 아니라, 치졸한 인간의 정형성도 어느새 답습하고 있다. 부지영 감독은 그래서 다시 묻는다. 조합 결성에 가장 앞장섰지만, 피치못할 사정으로 동료를 외면하고 회사와 타협해 ‘살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마지막 용기까지 짜내어 본능의 울부짖음으로 “제발, 우리 이야기만 좀 들어달라”고 끝까지 ‘대항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인지.

영화는 자본만이 만능 해결사 역할을 하는 세태에 인간의 자유의지가 개입될 기회조차 남겨놓지 않는다. 자유의지 역시 ‘있는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장면들은 실패아니면 불행이다. 그런 면에서 노동자의 선동성, 없는 자의 시각에서 본 극단적 편집 등의 단점을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랬다면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카트’는 담는 도구만은 아닌 듯하다. 때론 달리면서 밀어야할 때도 있다. 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