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당신은 종달새입니까, 부엉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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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 열심히 활동하는 ‘아침형 인간’이 있는 반면 아침과 오전에는 피곤해하다가 밤이 될수록 활발해지는 ‘저녁형 인간’도 있습니다.


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바로 각성되는 반면 밤10시만 넘기면 버티지 못하고 눈이 감기는 유형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밤으로 갈수록 힘이 나고 정신이 맑아져 자정을 훌쩍 넘겨 일하는 대신 아침에는 거의 강시처럼 멍하게 지냅니다.

예전에는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난다고 단순하게 규명했지만, 수면과학과 일주기 과학이 발달하면서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원래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마치 종달새와 부엉이처럼 말입니다.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나 프레젠테이션, 승패 등이 걸린 경연(체육, 게임, 공연) 등의 시간을 본인의 타입에 따라 맞게 조절하면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같은 실력이라면 경기 시간에 따라 성적 차이가 나게 되겠지요. 그렇게 때문에 스포츠 분야에서 이 부분에 특히 큰 관심을 보입니다. 최근 영국 하키선수들을 아침형, 중간형, 저녁형으로 분류하여 수행도를 연구 분석한 흥미로운 논문이 있었습니다.

아침형은 평균 7시에 기상합니다. 중간형은 8시, 저녁형은 9시30분 정도에 잠에서 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아침형은 밤 11시, 중간형은 11시 30분, 저녁형은 12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수면 시간도 달라서 아침형은 평균 8시간 정도, 중간형은 8시간 30분, 저녁형은 9시간 이상을 잔다고 합니다. 주말에는 그 편차가 더 컸습니다.


이들에게 오전부터 저녁까지 6차례의 BLEEP테스트(근거리 왕복 달리기)를 실시한 결과, 타입에 따라 최고 성적이 나오는 시간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아침형은 오후 12~1시에 최고 성적이 나왔고 중간형은 오후3~4시, 저녁형은 저녁 7~9시 사이에 최고 성적을 보였습니다. 즉 실력이 엇비슷한 아침형 선수와 저녁형 선수가 대결하면 아침형이 이길 가능성이 큽니다.

최고 성적과 최저 성적 사이의 편차도 재미있습니다. 아침형은 7%, 중간형은 10% 정도 차이 나는 반면 저녁형은 26%라는 놀라운 차이를 보입니다. 저녁형인 단거리 육상 선수가 오전 10시에 열리는 시합과 저녁 7시 시합의 기록 차가 26%라면 이는 치명적입니다. 베이징 올림픽 100미터 육상 결선에서 4등한 선수의 기록이 9.93초인데 여기서 1%만 단축해도 금메달입니다. 하루 중 경기 수행도의 편차가 큰 저녁형 선수는 자칫 시합 시간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원정이나 순회 경기의 스케줄도 성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저녁형 선수가 많은 야구팀이 낮에 경기하면 패할 확률이 커집니다. 아침형 선수가 대부분인 팀이 더블헤더 등으로 밤늦게까지 경기하면 그 역시 마찬가지로 힘들 것입니다. 감독은 팀 선수들이 어떤 타입인지 파악하여 출전시켜야 합니다.

그렇다고 ‘나는 이런 타입이니 어쩔 수 없지’ 하고 체념해야 할까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잠에서 깨는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자신의 타입을 경기 시간에 맞출 수 있습니다. 비슷한 유형인 아침형과 중간형은 기상한 지 5.5~6시간 후 최고 성적을 냅니다. 이들과 완전히 다른 저녁형은 잠에서 깬지 11시간이 지나야 최고 성적을 냅니다.

잠에서 깨어날 때쯤 우리 몸에서는 근력을 강화시켜 주는 호르몬인 코티졸이 나옵니다. 아침형과 중간형은 새벽 4~5시에 코티졸 농도가 올라가면서 기상을 유도합니다. 코티졸 분비는 계속 증가하여서 낮 동안 높은 농도를 유지합니다. 코티졸 덕분에 이때 최선의 운동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저녁형은 아침에 코티졸 농도가 거의 오르지 않을뿐더러 낮 동안에도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저녁부터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이 연구는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결과이지만 일반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느 유형인지 알면 이를 응용하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유연한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침형 인간은 업무 미팅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을 되도록 오전에 하면 좋겠지요. 중요한 고객과의 식사 약속은 점심으로 잡는 것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저녁형은 주로 저녁 식사 약속을 잡거나 이른 밤에 주요 고객을 만나는 것이 좋겠지요. 시간을 변경할 수 없다면 본인의 기상 시간을 며칠 전부터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매우 중요하고 사활이 걸린 미팅이나 경기 등에 이를 적용하면 그 덕을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침형 인간인 저는 종달새입니다. 당신은 종달새입니까, 부엉이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