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사장이 말하는 아깝다! 이책<15>

◇진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의 『진상』은 연애 소설이다. 아기자기한 연애가 아니다. 슬프고 가슴 아픈 내용이 더 많다. 작가는 외모가 남녀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고찰한다. 그러기 위해 특징적인 외모를 가진 인물들을 대거 등장시키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신노스케라는 사나이다. 그는, “처음 보는 거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터무니없이 잘생긴” 또 다른 주인공 유미노스케로부터 완전히 정반대에 있는 인물이다. 한마디로, 못생겼다. 성격도 고지식하다. 그를 세상에 보기 드문 추남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작가가 한 말이 재미있다. “여성은 외모에 대한 생각을 입에 담기 수월하고,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신경을 쓰는 일도 자연스러우며, 지적받아 상처받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도 쉽다. 반면 남성의 경우, 외모에 신경 쓰고 있다는 말을 입 밖에 내기가 아무래도 여자에 비해 어렵다. 그래서 굴절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 계속 생각했던 것이어서 한번 써보고 싶었다.” 그런 만큼 『진상』의 키 플레이어를 한 명만 꼽으라면 역시 신노스케일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집요할 정도로 추남이라는 평을 듣는 신노스케가 그로 인해 어떠한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되는가, 하는 것이 『진상』의 관전 포인트다. 남자는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남자는 외모보다 능력이라는 말들을 거리낌 없이 하고 다니는 자매님들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 사료된다.

◇킹의 몸값=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2013/ 피니스 아프리카에

추리소설은 탐정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경찰들은 무능하게 묘사되기 일쑤다. 가령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소설의 경찰들은 무능하거나 상상력이 부족하여 매번 셜록홈즈의 타박을 받곤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에드 맥베인은 경찰의 체면을 크게 세워준 작가라 할 수 있겠다. ‘87분서 시리즈’는 미국 동부에 위치한 아이솔라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87구역이라는, 아이솔라 시 내에서도 강력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구역에서 활약하는 87분서 수사반의 이야기를 담는다. 87분서 시리즈를 경찰 소설의 효시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20세기에 경찰 관련 소설을 썼던 작가들과, 경찰 관련 드라마나 영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만은 사실이다. 얼마나 막대했냐면,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읽으면 경찰 소설을 쓰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이 회자됐을 정도다. 이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킹의 몸값』은 굳이 분류하자면 ‘유괴 미스터리’라 할 수 있을 텐데, 특히 이 소설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은 구로사와 감독이 <천국와 지옥>이라는 걸작을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하는 철학적 물음을 콤팩트하게 서술했다는 데 있다. 정말 후다닥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