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이라도 괜찮아...출판사 사장이 '강추'하는 책 5선

◇ 숲에서 우주를 보다=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노승영 옮김/에이도스

‘생물학자처럼 생각하고, 시인처럼 쓴다.’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다. 저자는 1년이라는 기간 동안 1제곱미터의 숲을 관찰하고 사유했다. 순환하는 자연과 생명의 공동체를 생물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땅속 방선균에서부터 저 멀리 우주의 진화까지 어느 것 하나 서로 얽히지 않은 것 없다는 저자의 관찰은 자연과 숲에 대한 겸허한 마음 자세로 이어진다. 저자는 과학자적 태도를 잃지 않는다. 과학자다운 생물학적 탐구의 내용은 매끄럽고 명료하고 투명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자연과 과학과 인간에 대해서 상상하게 하는 강렬한 힘이 글에 녹아 있다.


◇손호영의 로하우=손호영 지음/동아시아

갓 20대에 판사로 임용된 손호영 판사는 자신의 청소년기와 대학시절을 반추하며 그 시기의 후배들에게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법이 얼마나 아름답고, 인류 공통의 치열한 논리적 결과물이며, 모두가 함께 사는 이치를 규정한 합리적 판단 기준임을 말하려 했다. 그래서 쉽고 재미있게 썼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애매한 사례들을 놓고 논리의 과정을 보여주거나, 우리가 어떻게 수용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재미있게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법대로 하자’란다. 20대에 ‘영감님’으로 첫발을 딛는 그를 응원하는 이유는, 그가 이런 저술 활동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사법부, 청백리 법조인으로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느림보 마음=문태준 지음/마음의숲


세상이 너무 빠르다. 코뿔소 무리처럼 분노한 듯 씩씩거리며 달려가는 이 세간의 속도를 어떻게 멈추어야 할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껴있는 시간이다. 비껴있는다 함은 한 발짝 물러선다는 뜻이다.’ 문태준 시인의 ‘느림보 마음’은 바쁜 이 세상에 몸을 맞춰 살 수밖에 없더라도 마음은 조금씩 그 무리에서 한 발짝씩 비켜 나오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에 자꾸 틈을 주면 몸도 결국 따라온다는 이 책은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수상 시인답게 느림의 미학을 아름다운 미문으로 풀어가고 있다. 바쁜 것이 트로피이고 한가한 것이 불안한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아버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조지 로리머 지음/정영수 옮김/도서출판이다

이 책은 경영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공부와 사회생활, 인간관계 등을 편지로 조언하는 내용이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인데 읽고 좋아 언젠가 내 힘으로 내보고 싶어 잊지 않았고 내 손으로 냈다. 지금과는 다른 시대지만 아버지의 냉정함과 은근히 자식을 북돋우는 속정이 절로 느껴졌다. 이 책으로 깨닫는다. 힘들지만 자신의 뜻을 지키는 것, 그것은 더디지만 가장 분명한 길임을. 그래서 이 책이 고맙다.

◇진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이 책은 연애 소설이다. 아기자기한 연애가 아니다. 슬프고 가슴 아픈 내용이 더 많다. 작가는 외모가 남녀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고찰한다. 신노스케라는 사나이는 ‘터무니없이 잘생긴’ 또 다른 주인공 유미노스케와 정반대에 있는 인물이다. 추남 설정에 대한 작가의 변이 재미있다. “여성은 외모에 대한 생각을 입에 담기 수월한 반면, 남성의 경우 외모에 신경 쓰고 있다는 말을 입 밖에 내기가 아무래도 여자에 비해 어렵다. 그래서 굴절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 신노스케가 추남이라는 평을 듣고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되는가하는 것이 ‘진상’의 관전 포인트다. 남자는 외모보다 능력이라는 말들을 거리낌 없이 하고 다니는 자매님들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추천인> 도서출판이다 이근미 대표·에이도스 박래선 대표·동아시아 한성봉 대표·마음의숲 권대웅 대표·북스피어 김홍민 대표